3000원대 저가 와인 수입, 대중화에 기여
“합리적 가격대 와인, 지역 골라 취향 찾길”
28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본사에서 만난 김웅 롯데마트·슈퍼 주류팀장은 와인전문가로서 자신의 목표와 역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김 팀장은 프랑스 기사 작위 보유자다. 지난달 말 프랑스 보르도 샤토 기로(Chateau Guiraud)에서 프랑스 3대 기사 작위 중 하나인 ‘꼬망드리(Commanderie)’를 받았다. 꼬망드리는 보르도 지역 와인 발전에 기여한 세계 각국의 와인 전문가와 명사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올해 전세계 34명에게 꼬망드리가 수여됐는데 이 중 한국인은 김 팀장이 유일하다.
그는 “애초 기대를 하지 않았다가, 최종적으로 기사 작위 수여가 확정되자 기분이 너무 좋았다”면서도 “(작위에 대한) 무게감이 따르다보니 국내에 좋은 와인을 더 많이 알려야겠다는 책임감도 더 커졌다”고 했다. 기사 작위를 수여한 보르도 와인 측은 김 팀장이 2020년 3000원대 저가 와인을 한국에 단독 수입해 와인 대중화에 기여한 점, 롯데마트 와인전문점 ‘보틀벙커’ 오픈 당시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 수입을 확대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김 팀장은 합리적인 가격이 우리나라 소비자의 ‘와인 선택 1순위’ 이유임에 주목했다. 그는 “2019년, 2020년엔 지금보다 와인이 대중화되지 않았다. 와인을 모르는 사람도 많았고 접근성이 약한 술이었다”며 “자체 소비자 설문 결과, 와인 선택 요소 중 첫째가 가격, 둘째가 맛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 팀의 주목적은 와인 대중화였기에, 소주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해보자는 생각에 초저가 와인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도 처음부터 와인전문가는 아니었다. 그 역시 소주, 맥주, 위스키에 대한 지식만 있었다. 롯데마트 곡물상품기획자(MD) 업무 이후, 2017년 주류팀에 배정되면서 와인의 세계에 입문했다. 그는 “와인은 딱 그 하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범위가 너무 넓어 알아가는 재미가 크다”며 “보르도 와인 외에도 전세계 곳곳의 다양한 지역 와인이 있고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등 종류가 무궁무진해, 계속 호기심이 자극되는 술”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곡물MD 경험이 와인 공부에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와인에서 가장 중요한 게 떼루아, 즉 풍토인데 곡물 역시도 풍토가 중요하기 때문. 그는 “와인은 완제품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포도가 자란 환경·토양·기후·품종 등 제조 과정, 즉 떼루아를 중시한다”며 “곡물MD 당시 쌀을 맡았는데, 쌀 역시 파종부터 모내기·수확 등 재배 과정이 중요한데, 그런 경험이 와인 공부할 때 좋은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앞으로도 최상의 맛을 내는 와인을 발굴, 합리적인 가격에 더 많이 선보이겠다는 목표다. 현재 국내 와인 시장이 비록 정체기지만, 와인 수요는 꺾이지 않고 지속될 것이란 기대다. 그는 “팬데믹 이후 와인이 급성장을 하다, 엔데믹으로 수요가 하락했다는 해석이 있는 데 여전히 팬데믹 전보다 와인이 많이 팔리고 있다”며 “급성장했던 와인 시장이 (완만한 성장세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고, 이 수요가 확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런 시장 상황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와인을 가져와 고객에게 소개한다면 (정체된)수요가 반등할 것”이라면서 “고객이 접근하기 쉽도록 맛있으면서도 가격은 합리적인 상품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와인을 어려워하는 이를 위한 ‘와인 입문 팁’을 소개했다. 김 팀장은 “굳이 비싼 와인을 처음부터 마시지말고 1~2만 원대 중저가 와인을 중심으로 각 지역 와인을 접해보며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며 “또 같이 먹었을 때 어울리는 음식과 매칭(페어링)하면서 조금씩 고가의 와인으로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