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선 칼럼] 제21대 국회 보험업법 발의案 평가와 제22대 국회의 과제

입력 2024-05-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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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선 강남대 정경대학 교수(한국보험학회 회장, 법학‧철학 박사)

21대 국회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 65건
가결된 법안 26건 그쳐…절반 넘게 미처리


실손 의료보험 청구 전산화…10월 시행 예정
손해사정제도 개선…새 국제회계기준도 도입
단 ‘실손-건강보험 연계’ 포함 39건은 계류中
“보험 민생법안, 22대 국회서 조속 통과되길”

▲ 유주선 강남대 정경대학 교수(한국보험학회 회장, 법학‧철학 박사)
▲ 유주선 강남대 정경대학 교수(한국보험학회 회장, 법학‧철학 박사)

보험법은 보험계약법과 보험업법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상법 제4편 ‘보험’은 보험계약자와 보험자 사이의 계약관계를 다루는 영역으로 보험계약법에 해당한다. 반면 보험업법은 보험업 경영자의 건전한 경영을 도모하고, 보험계약자 등 이익관계인의 권익을 보호하며, 보험업의 건전한 육성과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여기에 더하여 보험 사업을 효율적으로 지도·감독하는 목적 또한 보험업법의 기능 측면에서 간과할 수 없다고 하겠다.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 절반 이상이 미처리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총 65건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제21대 국회에 발의됐는데 이 중 본회의에서 가결‧공포된 법안과 대안에 반영돼 폐기된 법안은 26건으로, 이 법안들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공포돼 시행되고 있거나 시행 예정이다. 하지만 나머지 39개 법안은 처리되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으로 대표적인 내용으로는 ‘실손 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제도’, ‘손해사정제도 개선 사항’,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을 들 수 있다.

첫째 실손 의료보험 청구 전산화에 관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올해 10월 25일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 법률에는 실손 의료보험금 청구를 위한 서류의 전자적 전송 및 이를 위한 전산시스템의 구축‧운영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둘째 8월 7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손해사정제도 개선 등에 관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회사의 손해사정업무 수행 또는 위탁 시 준수사항’, ‘손해사정사 교육’, ‘손해사정업자의 공시의무’, ‘손해사정의 표시・광고’, ‘유사명칭 사용 금지’, ‘손해사정 관련 의무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및 행정제재 등’의 다양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셋째 IFRS17과 K-ICS 도입 관련 필요 사항을 반영한 개정 보험업법은 ‘IFRS17 시행에 따른 법률상 회계분류 변경 및 용어 정비’, ‘보험회사의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자산운용 한도 규제 폐지’,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 허용’, ‘선임 계리사의 책임성‧독립성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한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은 중요한 법안으로는 ‘공‧사 의료보험 정책의 연계 추진 사항’, ‘기초서류 준수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의 개선’, ‘소비자에 대한 설명‧안내 의무 강화’ 등이 있다.

먼저 실손 의료보험과 국민건강보험 정책의 연계를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는 실손 의료보험 정책과 국민건강보험 정책의 연계를 위해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간의 협의・조정 근거를 마련하고, 실손 의료보험과 국민건강보험 운영에 대한 실태조사를 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험업법상 행정제재나 징계 처분 등의 개선과 관련해 다수의 보험업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기초서류 준수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과 관련해 미지급 보험금액을 반영하도록 변경할 것을 제안하는 내용, 제재 처분은 아니지만 기초서류 준수의무 위반 시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재산정해 차액을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소비자에 대한 설명 또는 안내 의무 강화 등과 관련된 보험업법 개정안도 다수 발의됐는데, 보험회사가 서류심사나 의료자문 등의 심사를 실시하는 경우 보험계약자에게 심사기관의 명칭‧심사 내용 및 결과를 설명하도록 하고, 의료자문 결과에 따라 보험금을 감액 또는 지급 거절하는 경우에는 해당 의료자문기관이 피보험자를 직접 면담해서 심사하도록 하는 내용이 대표적인 사항이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보험업법 관련 법안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것으로는 ‘실손 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도입에 관한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시행령이나 세부규칙 등 세부적인 사항들이 아직 정비 중인바 보험회사와 환자, 의료기관 등의 이익이 조정된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제21대에 발의된 ‘실손 의료보험-국민건강보험 연계’를 위한 근거 마련을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청구 전산화 분야와는 다른 관점에서 현재 실손 보험은 보험시장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 해소 방안은 하나의 정부 기관만이 감당하기 어렵다.

실손 보험의 경우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합리적인 정책 방안 도출을 위해 협의와 조정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더 나아가 실손 의료보험과 국민건강보험의 운영 관련 실태조사가 양 기관을 통해 이뤄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보험 판매채널이나 관련 종사자들이 연루된 사건들은 보험사기의 심각성을 정면으로 노출하고 있다. 보험업법상 ‘체재 처분의 합리화 방안’은 이미 사기죄 확정판결을 받은 보험설계사 등에 대한 보험업무의 자격 등에 그 제재를 강화하고자 하는 내용과 보험회사나 보험대리점의 반복적인 영업 관련 위법행위를 제재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바, 입법을 통한 정비의 필요성이 크다고 하겠다.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보험 상품 역시 대부분의 우리 국민은 하나 이상을 가지고 있다. 이 점에서 있어서 보험 분야는 민생법률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보험계약자를 보호하여 건전한 보험 질서를 마련하고, 위험공동체의 구성원인 선의의 보험계약자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들이 제22대 국회에서 조속하게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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