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정상회의서 北 감싼 중국, 갈 길 멀다

입력 2024-05-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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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중 3국 정상이 어제 제9차 정상회의에서 긴밀한 협력을 다짐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3국은 2019년 12월 이후 처음 재개된 서울 정상회의를 통해 경제 통상 등 국민 일상과 밀접한 6대 분야를 중심으로 호혜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냉전 기류가 불거지고 공급망이 재편되는 글로벌 정세를 고려하면 3국이 4년 5개월의 정상회의 공백을 뛰어넘어 상생 토대를 재확인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정상회의를 주도하고 공동선언문도 끌어낸 윤석열 정부는 작지 않은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정상회의·외교장관회의를 정례화하고, 교육·문화·관광 분야 협의체를 만드는 등 공조의 기틀을 바로잡은 것은 잘한 일이다. 인적 교류 강화, 고령화 대응 정책 경험 공유, 인공지능(AI) 등 과학·정보통신기술 분야 협력 증진, 미래 팬데믹 공동대응 등 굵직한 협력 과제를 구체화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가장 뼈아픈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잠재울 결실이 없었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해 19회나 탄도미사일을 쐈다. 북한은 3국 정상회의를 앞둔 17일에도 ‘자치유도항법 체제’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동해에 여러 발 쐈다. 동북아 안보에 대한 도전이다. 그런데도 정상회의는 동북아 긴장 수위를 낮출 묘안을 내놓기는커녕 한일 양국과 중국의 입장 차만 드러냈다.

북한은 정상회의 직전엔 일본 정부에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했다.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3국은 공동 안보 현안으로 다루고 대책을 논의해야 했다.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어제 공동선언문은 북의 도발을 꾸짖는 한 줄의 경고문도 담지 못했다. “우리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이 우리의 공동 이익이자 공동 책임이란 것을 재확인했다.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 운운하는 내용이 있을 뿐이다. 북핵이 문제이고, 북 도발이 화근인데 왜 ‘한반도 비핵화’를 말하는지 공감하기도 힘들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회의 후 공동회견에서 ‘안보리 결의 위반’이란 사실을 적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강력히 중지를 촉구한다”고 했다. 중국은 달랐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관련 측은 자제를 유지하고 사태가 더 악화하고 복잡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놓고 북한을 감싼 것이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그간 얼어붙었던 3국 관계, 특히 한중 관계가 이번 회의, 또 어제 공동선언을 계기로 봄눈처럼 풀릴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한중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한다. 13년째 중단된 한중투자협력위원회를 재가동한다는 소식도 있다. 일본을 포함한 3국 간 경제협력 실무협의체도 마련한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란 점을 거듭 명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을 고리로 북핵 문제를 푼다는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3국이 선언문에서 합창한 ‘평화·안정·번영’의 길은 실제로는 멀고 또 아득하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봐야 그나마 갈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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