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피란민 텐트촌 공격·이집트와 교전…네타냐후, 라파 공격 강행 역풍부나

입력 2024-05-2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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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비판 거세져...마크롱 “분노한다”
이집트와는 국경 검문소 총격전 발생
네타냐후 “비극적 실수, 종전 생각은 없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피란민촌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 나서 27일(현지시간) 한 피란민 가족이 세간살이를 차에 싣고 라파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라파(팔레스타인)/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피란민촌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 나서 27일(현지시간) 한 피란민 가족이 세간살이를 차에 싣고 라파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라파(팔레스타인)/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라파 난민촌 공습 단행으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국제사회가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도 이번 공격이 ‘레드라인’을 넘었는지 검토에 나서고 있다. 이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역풍을 맞게 됐다.

27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에 대해 “피난처를 찾던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이 사망했다”라며 “가자지구에는 안전한 곳이 없다. 이 공포는 멈춰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번 공습과 관련해 28일 긴급회의를 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 공습에 “분노했다”면서 “이러한 작전은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판결이 존중돼야 한다”면서 “국제인도법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며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에도 적용된다”고 비판에 나섰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휴전 협상 중재국인 카타르도 “인질 송환 중재 노력이 방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부터 라파를 공습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전날 라파 서부에 있는 탈 알술탄 피란민촌을 공습했다. 이 피란민촌은 이스라엘군이 직접 인도주의 구역으로 지정한 곳인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지도부와 잔당을 소탕하겠다며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습을 단행했다. 수많은 민간인 희생 끝에 이스라엘이 이번 공습으로 사살한 하마스 지도부는 단 2명이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공습으로 최소 45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다쳤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사상자 대부분이 민간인 여성과 어린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유럽연합(EU)은 27개국 외교장관 회의를 열고 17년 만에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유일한 통로인 라파 국경검문소를 직접 관리·감시하는 ‘EU 국경지원임무단(EUBAM)’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스라엘 제재 가능성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EUBAM의 임무가 재개되려면 이스라엘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유럽 차원에서 이러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압박은 한층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라파 국경 검문소에서 이집트군과 총격전을 벌여 이집트군 1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이집트와의 갈등도 고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집트는 이스라엘군이 라파 국경 검문소까지 장악한 것을 비판하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품 반입에 일시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등 갈등을 보였다.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크네세트(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라파에서 전쟁과 무관한 주민 100만 명을 대피시켰다”면서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날 비극적인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라파 피란민 사망에 일정 부분 이스라엘군의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모든 목표가 달성되기 전까지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내부에서도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 야당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는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과 정부를 다시 구성하기 위한 선거를 촉구했다.

미국 정부도 이번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이 ‘레드라인’을 넘었는지 평가 중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을 ‘레드라인’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어기면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언급해왔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도 난처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공습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무기지원 중단 압박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 소식에 “가슴 아픈 일”이라면서도 “이스라엘은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예방 조치를 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들과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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