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차이나+α’ 전략 구사해야 할 때

입력 2024-05-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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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으로 對中투자 급감 추세
인도·베트남, 대체시장으로 떠올라
완전한 탈중국은 득보다 실이 더 커

미중 패권분쟁과 코로나19 등을 계기로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해외투자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세계 해외투자의 블랙홀이었던 중국에 대한 투자가 감소한 것이 두드러진다. 중국외환관리국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외국인투자 순유입액(투자-철수)은 수년 전부터 둔화되더니 작년엔 전년보다 82%나 감소했다.

우리 기업들의 대중국 투자도 작년 78% 감소했고, 이미 진출한 기업 중에도 철수나 제3국 이전을 희망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정학적 갈등, 중국의 성장률 둔화와 규제 등 투자환경 악화,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탈중국 움직임 등에 기인한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생산비가 싸거나 소비시장이 큰 국가를 찾아 투자하는데, 이제 중국의 대체 투자지로 어디가 좋을까? 이와 관련 작년 초 한 외국 컨설팅회사가 20개국 2600명의 물류 및 공급망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7%가 인도와 베트남을 지목했다고 한다. 우리 기업들도 이들 두 나라 중 어디가 좋을지 고민하고 있을 텐데, 이를 위해서는 △전략적 가치, △투자 여건, △투자 리스크 등을 짚어봐야 한다.

첫째, 전략적 가치 측면에서 두 나라 모두 각각의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인도는 세계 최대 인구와 풍부한 젊은 노동력, 세계 5위의 GDP 규모와 연평균 6%대 고성장, 생산력과 거대 소비시장 겸비 등의 메리트를 갖고 있다. 최근 생산연계인센티브제(PLI)와 세미콘인디아(Semicon India) 등 첨단산업 국가로 도약하려는 야심찬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테슬라를 포함한 많은 글로벌 기업이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베트남도 1억이 넘는 인구, 안정적인 정치체제와 정책 일관성, 높은 교육열을 기반으로 한 양질의 젊은 노동력, 현재의 GDP 규모는 작지만 연평균 6%대 고성장 지속 등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강점 때문에 두 나라 모두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편 과정에서 가장 좋은 투자처로 관심을 받고 있다.

둘째, 투자여건 측면에서는 두 나라에 차이가 있다. 중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과 풍부한 노동력은 강점이지만 전력공급 불안정, 환경오염 문제, 관료주의로 인한 인허가 절차의 불투명성 등은 두 나라 공히 기업활동에 큰 애로로 지적되고 있다.

투자여건과 관련해 두 나라 간에 가장 다른 점은 통상환경이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해 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소극적이고,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비관세 장벽을 빈번하게 사용한다. 이는 인도 내에서 생산·판매할 때는 문제가 없으나, 제3국에 수출할 때는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에 반해 베트남은 전 세계 50여 개 국가를 아우르는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과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도 동시에 가입해 있다. 이는 베트남에서 물건을 만들어 낮은 관세율로 제3국 시장에 수출하기 좋다는 의미로서 그만큼 생산기지를 위한 투자에 유리하다.

셋째, 두 나라 모두 투자입지로서의 리스크가 있다. 인도는 모디 정부하에서 투자환경이 크게 개선됐지만, 아직도 세계은행의 투자입지 평가(DBI)가 세계 60위권이다. 특히 정권 교체 시 경제정책이 크게 바뀔 위험, 복잡한 법령구조, 빈번한 제도 변화, 미비한 통관체제 등이 큰 리스크로 지적된다. 과거 싱가포르 리콴유 총리는 인도의 뿌리 깊은 카스트제도, 만연한 관료주의, 인종과 종교 갈등, 높은 투자위험도 등의 문제점을 비판한 바 있다.

베트남은 현재는 중위인구 32세의 젊은 나라이지만 점차 출산율 하락으로 인구 메리트가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경제의 외국계 의존도가 72%로 높고, 기술 경쟁력이 낮으며, 현재는 미중 사이에서 실용주의 노선을 취하고 있지만 중장기 대외정책의 불투명성은 리스크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 고려하면, 주된 투자 목적이 현지시장인지 생산기지인지, 대규모 투자인지 중소규모 투자인지에 따라 적절한 투자입지가 다르다.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투자 비중이 큰 제조업의 경우 현지시장을 타깃으로 한 대규모 투자는 인도가, 그리고 제3국 수출용 상품을 만드는 생산기지로서의 중소규모 투자는 베트남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중국의 시장가치를 감안하여 완전한 탈중국보다는 ‘차이나+α’ 전략이 필요하고, 기업의 글로벌 경영전략에 맞춰 인도?베트남이 아닌 다른 나라도 입지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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