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로 내려간 '국민 거포' 박병호…은퇴 갈림길에서 '37세 홈런왕', 마지막 기회 잡나

입력 2024-05-2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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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t 위즈)
(사진제공=kt 위즈)

한국프로야구(KBO) 동갑내기 거포 박병호(37·kt 위즈)와 오재일(37·삼성 라이온즈)이 유니폼을 바꿔입는 빅딜이 성사됐다.

두 구단은 28일 경기 종료 후 두 거포를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강철 kt 감독은 이날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박병호가 자신을 방출시켜달라고 요구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박병호는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소속 시절인 2014년과 2015년 각각 50개 이상의 홈런을 친 KBO리그 대표 장타자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앞두고 2할대 초반의 타율로 부진하며 '에이징 커브'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kt로 이적한 뒤 타율 0.275, 35홈런, 98타점을 기록하며 홈런왕에 올랐다.

지난 시즌에도 타율 0.283, 18홈런, 87타점으로 제 역할을 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들어 44경기에서 타율 0.198, 3홈런, 10타점으로 부진했다. 여기에 후배 문상철이 날갯짓을 펴며 주전 1루수로 자리 잡았고 설상가상 허리 통증이 이어졌다.

이에 박병호는 지난달 26일 벤치 멤버로 밀리자 구단 관계자들을 찾아 출전 기회와 관련한 건의를 했고,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자 구단에 방출(웨이버 공시)을 포함한 이적 요청을 했다.

구단은 박병호의 잔류를 설득하는 데 주력했으나 선수의 의지를 보아 더는 함께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급하게 타 구단들과 트레이드 카드를 맞췄다.

마침 삼성이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인 오재일을 트레이드 반대급부로 제안했다. 자유계약선수(FA)로 2021년 삼성으로 이적한 오재일은 2022시즌까지 맹활약했으나 지난 시즌 타율 0.203, 11홈런, 54타점으로 부진했다. 올 시즌에도 22경기에서 타율 0.234, 3홈런, 8타점에 그쳤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에서 우타 거포가 필요했던 삼성은 박병호의 가치를 주목했고 28일 경기 시작 직전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kt 관계자는 "27일 오후 박병호를 만나 잔류를 설득했으나 선수의 뜻이 매우 완강했다"며 "박병호의 남은 선수 생활을 위해 이적을 추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급하게 타 구단과 접촉했고, 삼성이 좋은 조건을 제시해주셨다"라고 전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마찰음이 있었다는 사실은 선수 본인에게도 치명적이다.

박병호는 올 시즌 출전 기회가 줄어든 것에 불만을 느끼고 새 팀을 찾기 위해 이강철 감독과 구단에 방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호는 “대화를 나눈 이후로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며 "단장님은 트레이드를 다시 알아보고 계시던 중이었는데 28일 자로 웨이버 공시 요청 이야기가 기사화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여러 추측과 오해가 있어서 속이 매우 상했다"며 "구단과 싸우고 그런 게 전혀 아니었는데 뭐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많이 답답했다"고 말했다.

평소 베테랑을 신뢰하고 기회와 배려를 주기로 유명한 이 감독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웨이버 공시를 통한 방출은 사실상 팀 전력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기사에 나온 그대로다. 내가 더는 말할 내용이 없다. (이 일에 대해) 듣는 것도 싫다"고 말했다. 이어 "배려를 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배려하다 끝나야 하겠다. 참는 사람에게 이기는 사람이 없다. 잘 참는 사람이 언젠가는 이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병호는 "2년 전 힘들어하는 나를 kt가 데리고 와 주었다. 여기서 선수들과 2년 동안 가을야구도 했고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다시 한번 홈런왕도 할 수 있었다"라며 "이번에는 그만두려고 하는 나를 마지막까지 좋은 방향으로 끌어주고 야구인생 마지막을 도와주신 이강철 감독님과 나도현 단장님께, 그리고 구단에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인사했다.

허리 통증으로 2군으로 내려간 박병호는 몸 상태에 따라 삼성 1군 합류 시기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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