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국가와 첫 FTA '한-UAE CEPA' 정식 서명…'신 중동붐' 성큼 [종합]

입력 2024-05-29 16:26 수정 2024-05-2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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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92.5%·UAE 91.2% 10년 내 관세 철폐
자동차·전기차·전자제품 선점효과…농수산물 시장 개척 전환점
원전·CCS·LNG 운반선 건조 등 산업·에너지 협력 강화도…8건 LoI 및 MOU 체결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국빈 방한 공식 환영식에서 무함마드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국빈 방한 공식 환영식에서 무함마드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랍권 국가와의 첫 번째 자유무역협정(FTA)인 한-아랍에미리트(UAE) 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의 정식 서명으로, 자동차와 의약품 등 공산품에 소고기, 라면 등 농축수산물까지 중동 진출 기반이 마련돼 '신 중동붐' 확산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또한 양국은 제3국 원자력발전 공동 진출에 협력하고, 청정수소 공급망을 구축해 탄소 감축에 공동 대응하는 것은 물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의향서를 체결하는 등 산업과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도 강화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타니 빈 아흐메드 알 제유디(Thani bin Ahmed Al Zeyoudi) UAE 대외무역 특임장관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양국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한-UAE CEPA'에 정식 서명했다. 지난해 10월 협상이 타결된 지 약 7개월 만에 열린 서명식이다.

CEPA는 FTA와 유사하며 상품・서비스 등 분야 시장접근 확대에 더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포괄적 교류 및 협력 강화와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포함한다. 이번 '한-UAE CEPA'는 협상 타결 기준 우리나라가 체결한 24번째 FTA다.

UAE는 지난해 기준 209억 달러의 교역 규모를 가진 한국의 14위 교역 상대국이다. 중동만 놓고 보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2위다. 특히 한국의 첫 원전 수출국이자 사우디, 미국에 이은 세 번째 원유 도입국으로 전략적 협력 중요성이 상당하다.

우리는 주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전자기기, 합성수지 등 공산품을 수출하고, UAE로부터 원유와 석유제품, 천연가스, 알루미늄, 동제품 등 에너지·자원과 원료를 수입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UAE CEPA를 통해 양국은 높은 수준으로 시장을 개방하게 되며 이에 따라 시장 선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품 시장의 경우 전체 품목 중 우리나라는 92.5%, UAE는 91.2%에 적용되는 관세를 협정 발효 후 최장 10년 이내에 철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우리 대(對)중동 주력 수출품인 무기류는 대부분 품목이 협정문 발효 즉시 UAE 시장 내 관세가 철폐돼 이에 따라 빠르게 증가하는 중동 방산 수요에 따른 수출증대가 기대된다.

압연기와 금속 주조기 등 기계류 상당수는 5년 내, 자동차 및 부품과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가전제품 품목들도 발효 후 최장 10년 이내에 관세가 철폐된다.

이는 UAE와 아직 CEPA를 체결하지 않은 미국·EU·일본·중국 등 주요 경쟁국 대비 우리 기업의 수출 여건을 대폭 개선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특히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관세도 발효 후 최장 10년 내 철폐되며, 화물차·특수차 중에서는 덤프차·적재 차량 등에서 상당수 즉시 철폐를 확보해 중동의 건설시장 붐에 힘입은 수출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의료기기와 의약품, 화장품, LED 조명기기 등 공산품뿐만 아니라 쇠고기·닭고기·신선과일·인삼류, 조미김·멸치·전복 등 우리 주요 농수산물도 관세 철폐의 혜택을 받게 된다.

원유 수입관세 철폐로 물가 안정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은 전체 원유 도입량의 11%가량을 UAE에서 수입한다. 지난해 UAE에서 98억 달러어치를 들여왔다.

현재 3%인 UAE산 원유의 수입관세를 발효 후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석유화학 제품의 주원료인 나프타 수입관세는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0.5%에서 0.25%로 감축한다. 이를 통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물가 안정 효과가 예상된다.

주목할 점은 서비스 시장 개방이다.

UAE는 다른 나라와의 FTA에서는 개방하지 않았던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한-UAE CEPA에서 최초로 개방했다.

이에 중동지역으로 게임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공급하거나 관련 업체가 직접 현지 진출할 때 우리 기업 활동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게 됐다. 또한 우리 의료 기관의 현지 개원 및 원격 진료를 허용하고, 산후조리·물리치료 서비스를 개방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한-UAE CEPA에 대해 "교역 자유화 및 투자 확대를 포함한 포괄적 분야에서 양국 간 경제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기 위한 제도적 토대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타니 빈 아흐메드 알 제유디 UAE 경제부 대외무역특임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정식 서명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타니 빈 아흐메드 알 제유디 UAE 경제부 대외무역특임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정식 서명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산업부는 관 기관 및 기업과 함께 UAE 측과 CEPA를 포함해 8건의 협정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먼저 ‘탄소 포집 및 저장(CCS)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양국 청정수소 공급망을 구축하고 탄소 감축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한국전력이 UAE원자력공사(ENEC)와 제3국 원전 공동진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해 공동으로 원전사업 수행을 위한 협력을 추진한다.

한국석유공사와 삼성E&A, GS에너지 컨소시엄은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와 ‘청정수소 생산 및 도입 공동개발 전략적 합의서’를 체결했으며, 석유공사와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는 현재 400만 배럴인 국제공동 비축사업의 규모 확대를 논의하기로 했다.

산업 분야에서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와 각각 ‘LNG 운반선 건조의향서’를 체결했다. 효성은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와 베트남 내 화학공장을 기반으로 석유화학 제품 및 LPG 부문의 아시아 지역 사업 협력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UAE 순방과 이번 모하메드 대통령의 방한으로 추진된 정상 경제외교 성과를 토대로 한-UAE의 관계가 원전, 탄소감축, 청정수소, 조선 및 석유화학 분야 등 다방면의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성과 추진 상황 점검, 애로해소 등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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