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선 라이나원 부사장 "여성이여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라"[금융 유리천장 뚫은 여성리더⑥]

입력 2024-06-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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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6-02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여풍(女風)’, ‘우먼파워(Woman Power)’.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의 활약상을 일컫는 말이다. 전통적으로 남성들만의 분야로 여겨온 여성 금기 분야에 진출한 여성이나 리더십을 지닌 여성 지도자의 사회적 영향력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대표적인 업권이 금융업이다. ‘방탄유리’라 불릴 정도로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최초’ ‘1호’ 타이틀을 단 여성 임원과 부서장 등 여성 인재의 활약으로 견고했던 틀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본지는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가 강한 금융권에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유리천장을 깬 여성 리더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성공 과정과 2030 여성 금융인 후배들에게 전하는 솔직 담백한 조언을 담고자 한다.

카드→손보→생보 다양한 업권 거쳐
여러 경험 덕에 라이나원 성공적 통합
"도전할 줄 아는 여성 인력 길러낼 것"

▲전원선 라이나원 부사장이 최근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위치한 본사 회의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전원선 라이나원 부사장이 최근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위치한 본사 회의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보험설계사(FP)들의 대면 판매가 주를 이뤘던 우리나라 보험시장에 외국계보험사인 라이나생명은 1997년 처음으로 텔레마케팅(TM)영업이라는 신채널을 국내 도입했다. 사업비가 적게 드는 TM채널은 고객과 마주하지 않는 비대면 통로이기 때문에 상품을 실제와 다르게 왜곡·과장 설명하거나 복잡한 구조의 상품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등의 불완전 판매 여지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라이나생명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통틀어 7년 연속 보험 민원 최저를 기록 중이다. TM영업으로만 지난해 180억 원의 초회보험료를 거둬들여, 이 부문 업계 1위를 확고히했다. TM영업에서 최강자로 꼽히는 라이나생명의 최전선에는 전원선 부사장이 있다. 전 부사장은 라이나생명의 TM채널 판매전문회사인 ‘라이나원’에서 영업 및 유통을 총괄한다. 라이나원은 모회사 처브그룹이 출범한 자회사로 기존 법인대리점(GA)인 라이나금융서비스가 사명을 변경한 것이다.

카드사, 생보사, 손보사 등에서 광고, 홍보, 마케팅 분야를 두루 거친 전문가로 꼽혔던 전 부사장은 2001년 라이나생명의 보험 TM영업에 뛰어든 이후 AIG손해보험에서 고객 서비스 센터 운영 책임자, 다이렉트 마케팅 영업 책임자 등을 역임했다. 라이나원의 통합과정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던 그는 2022년 9월 라이나원의 영업 및 유통 책임자가 됐다.

전 부사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생보와 손보를 한 번에 지원할 수 있는 판매전문회사로 키워내기 위해 조직 융화와 시너지 발현에 큰 힘을 쏟았다”면서 “그 결과 생ㆍ손보 권역에 국한하지 않고 고객에게 잘 맞는 상품일 더 추천할 수 있고 그에 따라 텔레마케터의 개별 수익도 올리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직원, 아내, 엄마…사회적 역할 많은 여성이지만 도전해야"

▲전원선 라이나원 부사장이 최근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위치한 본사 회의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전원선 라이나원 부사장이 최근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위치한 본사 회의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인 TM에서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전 부사장은 도전의식을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폭넓은 시야로 상황을 바라볼 줄 아는 인력이 필요한데 엄마라서 혹은 아내라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여성이 적은 것이 현실”이라며 “여성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좋은 환경과 네트워크를 제공해주며 서로 밀어주고 끌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에 몸담은 직원들의 성비는 다른 업권과 큰 차이가 있다. 상품을 고객에게 안내하고 판매하는 보험설계사의 여성 비율이 70~80% 정도로 압도적이다. 반면 여성 임원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 부사장이 일하는 라이나원이 소속된 처브그룹에서는 여성 임원 비율이 눈에 띄게 돋보인다. 특히 라이나생명, 라이나손보(구 에이스손해보험), 라이나원까지 3개사 사장이 모두 여성이다.

그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그룹의 기조에 맞춰 여성 임원의 비율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부사장은 “그룹 차원에서 조직 혁신과 다양성을 중요시해 꼭 보험 권역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산업군에서 여성인재를 많이 채용하다 보니 여성의 성공담이 많이 나왔다”면서 “이같은 사례가 다른 직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확장이 되면서 여성 임원들이 계속 증가하는 긍정적 효과가 나왔다”고 했다.

과거에는 일과 가정 사이 선택이 필요한 상황에 놓이면 출산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여성들은 회사에 전념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했다. 전 부사장 역시 이러한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고 했다. 그는 “아내이고,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더 능력있고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다”며 “일반적인 주부들보다 가정에 쏟을 시간과 여유가 부족하다 보니 아이 책가방에서 2주나 밀린 가정통신문을 보고 속상하고 미안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일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더 행복하고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선의 교육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회사는 가정의 문제를 이해해주고, 가정에서는 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서로 간의 이해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인간관계가 자산…성장하는 과정 응원해야"

▲전원선 라이나원 부사장이 최근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위치한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전원선 라이나원 부사장이 최근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위치한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최근 전 부사장의 가장 관심사이자 미션 중 하나는 인재 육성이다. 그는 “과거 다양한 경험을 거치면서 조직을 재건·확장하거나 신규 조직을 구축하는 상황도 있었는데, 이 때를 같이 보냈던 조직원이 나의 자산이 됐다”면서 “이처럼 인력을 발굴하고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계속 제공해주고 싶다”고 언급했다.

라이나원은 최근 경력직이 아닌 신입 상담원을 집중적으로 키워내는 ‘파워 육성 아카데미’를 열었다. 보험영업에 대해 경험이 전무한 데, 대부분의 보험사가 경력직 채용을 위주로 하다 보니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직접 부딪혀 생존해 나가야 하는 초보 설계사를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3개월 동안 집중 교육을 진행해 젊은 신규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최근 1기 교육이 진행됐고 곧 2기 수업이 열릴 예정이다.

전 부사장은 최근 뺏고 뺏기는 설계사 리쿠르팅 전쟁에서도 이 아카데미가 새로운 돌파구로 쓰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숫자로 얘기하는 영업 조직이지만 목표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닌 과정 지향적이고 부드러운 소통을 늘리기 위한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다”며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새로 발을 디딘 젊은 여성들에게 동기부여를 주고 계속 올라갈 수 있도록 끌어주고 당겨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후배 양성을 위한 그의 노력은 은퇴 후 목표와도 닿아있다. 전 부사장은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나와 관계를 맺고 나를 버티게 해줬던 많은 선·후배들과 은퇴 이후에도 편안히 만나고 얘기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서 “나를 이끌어주고 내가 끌어준 서로 믿어줬던 사람들을 계속해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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