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투세, 단기·저위험 투자 쏠림 우려…이자·투자 소득 특성 달라”

입력 2024-06-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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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금투세 관련 간담회 개최
전문가들 "과세 대상보다 투자자가 느끼는 심리적 영향 고려해야"
"금투세 시행 유예말고 결론 지어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두고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원장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자본시장과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전하는 한편, 금투세를 또다시 유예하기보다는 결론을 지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달 31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와 금융조세 분야 학계 전문가를 초청, 금투세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금투세의 장단점과 금투세 시행이 자본시장과 투자자에게 미치는 직·간접적 영향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도입 취지와 관련해서는 기존 금융상품 과세체계를 합리화해 금융투자를 활성화해 장기적으로 자본시장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부양가족 인적공제 산정 문제나 펀드 분배금의 배당소득 과세로 사모펀드 투자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점은 불합리한 점으로 지적됐다.

과세 대상을 두고는 주식투자 기본공제 금액이 높아 과세 대상이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던 반면, 기본공제 한도가 낮은 채권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도 늘어나 과세 대상이 크게 늘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더해 전문가들은 과세 대상 등 정량적 부분보다는 투자자가 느끼는 심리적인 영향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원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경제적 이해관계가 예민하고, 다양한 참여자들이 존재하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제도 같은 경우 예상과 달리 과세 관련 위험부담을 하는 주체들이 투자 행태나 투자전략을 변경해서 실제 과세 수익에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반면에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며 “과연, 제도 수립 과정에서 이런 것들도 고려됐는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고 전했다.

더불어 과세 회피를 위한 이익 실현 수요는 자본시장 우상향을 제한하고 단기매매와 변동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어 우선 자본시장 당면과제인 체력과 크기를 키우기 위해 금투세를 폐지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었다.

또한, 간담회에서는 납세 실무와 관련해 원천징수 및 확정신고 등 복잡한 절차에 대한 투자자 문의가 많은 상황이며, 업계 내에서도 회사별 전산시스템 준비 상황이 다르고 자금 여력과 인적 자원에도 차이가 있어 실제 시행 시 현장 혼란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 원장은 “금투세가 그대로 시행되면, 해외 주식으로 쏠림이 심해진다거나 국내 주식에 투자하더라도 손실을 인식해야 세금을 안 내게 되므로 펀드 등 만기 보유하거나 장기 보유할 수 있는 상품들을 단기간에 처분을 하게 되는 요소가 크다”며 “장기투자보다 단기 매매를 촉발할 수 있는 요인이 크다는 점에 대해서는 업계 전문가 모두 이견 없이 문제를 지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똑같은 소득에 대한 과세라고 하더라도 회수 가능성 측면에서 확정적으로 이자 소득이 예상되는 100만 원과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더 큰 주식으로 얻은 100만 원은 같은 돈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평가가 다르다”며 “이에 같은 과세를 하면 위험 자본 투자보다는 저위험 투자를 하려는 경향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도 우리 주식시장 활성화 목적도 있었지만, 위아래가 모두 열려 있는 수입은 손실을 감수하고 얻은 이익이므로 어느정도 과세를 적게 하거나 비과세를 용인하겠다는 의사결정이 있지 않았느냐”며 “금투세 수립 당시 이러한 투자의 특성이나 투자 행위자들의 심리적 동기 차원에 고려들이 됐는지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이 원장은 4월 ‘금투세 유예는 비겁한 결정’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는 “표현 자체는 불편할 수 있으나 2020년 유예 당시에 이런 부분을 검토하고, 올해 어떤 부분을 보완할지를 국회나 정부에서 고민했다면 훨씬 생산적인 논의를 할 수 있었겠다”며 “다시 유예를 하자는 입장이 있는데, 차라리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내주거나, 단계적으로 어떻게 할지 등 시장이 예측할 수 있게 해줘야지 단순히 지금 시끄럽다고 유예하는 것은 (정책 입안자들이) 책임지는 입장에서는 국민들께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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