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과 투자자 간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협의가 순항하고 있다. 합의만 5000건 을 넘어섰고 하나은행도 조만간 본격적인 협의에 돌입할 예정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현재까지 5323건의 H지수 ELS 손실 건에 대해 투자자와 자율 배상에 합의했다. 이 상품을 가장 많이 판 국민은행의 경우 앞서 지난달 27일부터 올해 1월 만기 도래한 6300여 건의 ELS 손실 확정 계좌(중도해지 포함)를 대상으로 자율배상 협의를 시작했다. 지난달 말까지 약 1주간 협상 대상 중 절반이 넘는 3440건을 합의했으며 이전 실적(129건)까지 모두 3569건의 배상을 마친 상태다.
신한은행에서는 992건이 합의됐으며 농협은행은 556건에 대해 배상금 지급이 마무리됐다. 신속한 자율 배상을 위해 관련 서류 간소화 시스템 등에 공을 들여온 하나은행도 이달부터 수천 건의 배상 협상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관련 상품을 판매한 모든 은행에서 공통으로 배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객들의 합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난달 중순께 6900대까지 올랐다가 최근 6300대로 내려온 홍콩H지수가 ELS 배상 협상의 주요 변수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가입 기간에 한 번이라도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 시점보다 50% 초과 하락’과 같은 ‘녹인(knock-in)’ 조건이 붙은 ELS의 경우 현재 H지수가 가입 당시의 70%, 녹인 조건이 없는 ELS의 경우 65%를 각각 넘어야 이자(이익)를 받고 상환할 수 있는 상태다.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해 손실이 나더라도 가입 당시 지수 대비 하락률이 곧 손실률이므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만기 시점의 지수가 높을수록 피해를 줄일 수 있다.
5대 은행의 내부 시뮬레이션(모의실험) 분석 결과 등에 따르면, H지수가 6700선을 회복하고 6800에 근접할 경우 당장 6월부터 녹인 조건이 없는 H지수 ELS 만기 도래 계좌는 모두 이익을 내고 상환될 가능성이 있다. 8월 이후부터는 H지수가 6500선만 넘어도 만기 도래하는 5대 은행 ELS에서 거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8월 이후 H지수가 급격히 떨어져 만기 시점의 이익 분기점(배리어)도 그만큼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오후 4시 기준으로 H지수는 6392.58까지 밀려났다.
배상률이 낮게 책정된 고객 중에는 여전히 전액 배상 등을 요구하며 분쟁조정이나 소송 등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어 H지수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향후 투자자들의 반발이 더 심해질 수 있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