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가구 담합' 한샘·에넥스 “벌금 2억”…최양하 前한샘 회장은 무죄

입력 2024-06-04 16:36 수정 2024-06-0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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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투데이DB)
▲법원 (이투데이DB)
2조원대 가구 입찰담합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한샘·에넥스 등 가구업체 8개에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리고 1억~2억 원 사이의 벌금을 명했다. 함께 기소된 전현직 최고책임자들도 집행유예형을 받은 가운데 최양하 전 한샘 회장은 유일하게 무죄 결정을 받았다.

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건설산업기본법,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샘·한샘넥서스·넵스·에넥스·넥시스디자인그룹·우아미·선앤엘인테리어·리버스 등 8개 가구업체에 대해 “피고인 대부분이 자백하고 있고 각 가구업체 임직원이 일치해 담합 사실을 진술하므로 검찰 기소 내용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한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한샘과 에넥스에게는 벌금 2억 원, 한샘넥서스·넵스·넥시스디자인그룹·우아미에는 벌금 1억5000만 원, 선앤엘인테리어·리버스에는 벌금 1억 원을 명했다.

함께 기소된 각 가구업체 최고책임자들에게도 징역 10개월~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명했다.

재판부는 “담합은 입찰 공정성을 침해하고 시장경제 발전을 저해해 국민 경제에 피해를 끼치는 중대 범죄”라면서 “이 사건처럼 장기간 진행돼도 당국이나 수사기관이 발견조차 하기 어렵고 얼핏 봐서는 건설자 외에는 피해자가 없는 것처럼 보여 그 위험성도 간과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날 재판부는 최 전 한샘 회장에 대해서는 유일하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 전 회장은 재판 내내 ‘담합에 관여하거나 지시한 바 없고 퇴사 후 사실 알게 됐다’며 혐의를 부인했는데, 재판부 역시 “의심가는 정황이 다수 있기는 하나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최종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한샘 부하직원이 전부 일치해 최 전 회장은 입찰담합을 알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일부 직원은 최 전 회장 성격상 입찰담합을 알았다면 특판영업을 중단하고 관련 직원을 가만두지 않았을 거라고까지 말했다”면서 “현재 한샘 경영진은 최 전 회장과는 다소 대립되는 입장으로 보이는데 지금까지 한샘에 근무하는 직원까지도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해 신빙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전했다.

또 “최 전 회장이 결재한 일부 문서에 담합을 암시하는 단어나 문구가 들어있기는 하나 최 전 회장이 비대면 전자결제로 내용조차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일괄결재한 흔적이 보여 그 사정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에는 어렵다”고 봤다.

이들 가구업체는 2014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전국 아파트 신축현장 783건의 빌트인 가구 입찰에서 낙찰예정자, 입찰가격 등을 합의해 써낸 혐의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낙찰 예정 업체가 전화, 이메일,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입찰가격과 견적서를 공유하면 이를 확인한 들러리 업체가 해당 가격보다 비싼 값을 적어 내는 식으로 공모가 이루어졌다.

입찰담합 규모를 2조3261억 원으로 추산한 검찰은 건축비에 포함되는 가구비용이 부당하게 높아져 아파트 분양가가 상승하는 요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당초 9개 가구업체가 관련 수사를 받게 됐으나 '1순위 자진 신고자는 처벌을 면제하거나 감경한다'는 리니언시 제도에 따라 현대리바트는 기소 면제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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