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배터리 이중고도 힘든데…자회사 불확실성 커진 SK이노베이션

입력 2024-06-06 09:14 수정 2024-06-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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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으로 정유화학주들이 들썩이는 가운데에도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주력 사업인 정유 부문의 이익 창출 약화에 더해 또 다른 사업 한 축인 배터리 사업도 전방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정체됐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2~3분기에도 정유와 배터리 부문의 동시 약세에 주의해야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0.67% 내린 10만3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작년 7월 이차전지 열풍이 불던 시기 20만 원 선까지 회복했지만 이후 지속해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초까지만해도 14만 원대였던 주가는 25% 넘게 빠진 상황으로 지난달 31일에는 장중 10만 원 선이 깨지면서 9만9600원까지 내려가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주가 악화의 배경에는 실적 부진이 있다. 유안타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이 3760억 원으로 1분기 6247억 원 대비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제마진이 급락하면서 정유 부문 실적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직전 분기 대비 사업 부문별 예상 손익은 △정유 5911억 원→1725억 원 △배터리 마이너스(-) 3315억 원→-2611억 원 △석화·윤활유·자원개발 4993억 원→5453억 원이다.

배터리 부문도 배터리 가동률이 70% 전후로 부진해 여전히 -2000억 원대의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가동률은 90% 수준이다. 유안타증권은 배터리 투자금에 대한 대책을 강조하며 “배터리 7조5000억 원 등 총 설비투자(Capex)가 9조5000억 원인 데 비해 세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3조5000억 원으로 6조 원 규모의 외부 자금조달이 또다시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부진은 다른 이차전지 종목 주가들과 비교해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전날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4% 넘게 상승해 2주만에 종가 기준 4190선을 돌파한 4196.42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이날 지수 내 이차전지 구성종목인 에코프로머티(13.96%), 에코프로비엠(6.17%), 포스코퓨처엠(5.15%), LG에너지솔루션(4.46%) 등 9개 종목 모두 가파른 뜀박질 끝에 ‘빨간불’로 마감한 것과 달리 SK이노베이션 홀로 하락 마감했다.

정제마진 급락으로 정유 부문의 실적도 신통치 않다. 특히 정유 부문의 수익 지표인 싱가폴 정제 마진은 SK이노베이션의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4.5달러 수준을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쿠웨이트 Al Zour62만 b/d(하루당 배럴), 나이지리아 Dangote 65만 b/d(, 멕시코 Olmeca 34만 b/d 등 대형설비 가동이 집중되면서, 공급압박이 늘어나고 있어 이같은 압력은 4분기부터 완화될 전망”이라고 했다.

자회사 SK온의 사업 불확실성 역시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주가 흐름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배터리 계열사 SK온의 사업적자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화석에너지 이익은 비교적 견조한데 반해, SK온은 사업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지 않아 경영환경이 지속해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온의 기업가치(펀더멘탈) 회복 여부가 무엇보다 SK이노베이션의 반등에 주요하다는 분석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오는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SK온 북미 공장 가동률 회복 여부가 적자 축소의 가장 큰 변수”라며 “북미 공장의 판매량이 하반기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이에 따라 영업적자도 궤를 같이한다면 축소를 예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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