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ㆍ생활 균형…'선택' 아닌 '필수'돼야 위기 극복 가능
"조직문화 변하지 않으면 좋은 정책 있어도 무용지물"
"저출생 극복을 위한 가족친화적인 직장문화 조성과 경력단절 예방을 위한 일ㆍ생활 균형 활성화."
이투데이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동 주최한 세미나 ‘변화하는 일·생활 균형 : 기업 사례를 중심으로’의 핵심 슬로건이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들의 다양한 노력을 공유하고 저출생 극복을 위한 기업문화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두 구호를 소리 높이 외쳤다.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이다. 통계청이 인구동향을 집계한 이후 사상 처음으로 0.7명대를 기록했다. 저출생 문제는 교육, 취업, 주거 등 각종 사회 문제들과 결합돼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 4월부터 이투데이가 저출생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인구절벽 정책제언' 기획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전문가들의 기조 연설에 이어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7개 기업의 사례 발표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기조 연설은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장(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과 고혜원 한국직업능력연구원장이 맡았다. 두 사람은 각각 '저출생과 일ㆍ생활 균형', '경력단절 예방과 일ㆍ생활균형'을 주제로 연설했다.
이 회장은 베커(Becker)의 출산력모형을 제시하며 "현대인들이 시간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자녀 양육보다 시간이 덜 소요되는 선택을 선호해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보험 기반 일ㆍ생활 균형 제도', '유연근무제 비활성화', '공공 보육 서비스 제공시간과 실질적인 출퇴근 시간 간 사각지대' 등을 출산 하락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부모의 돌봄권과 노동권 병행 보장을 주장하며 "1인 사업자, 특수형태 근로자 등 사각지대롤 해소해야 한다"라며 "또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게 육아휴직제도를 사용하게 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고 원장은 주로 육아를 전담하게 되는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언급하며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에 초점을 맞춘 기존 정책방향은 경력단절 예방, 고용 및 경력유지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조 연설 이후 롯데백화점, SK온, 산호피엔엘, 유한킴벌리, 원티드랩, SC제일은행, 휴넷 등 7개 기업의 저출생 위기 극복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은 "일ㆍ생활 균형은 기업과 근로자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라며 "각 기업의 성공적인 사례는 우리 사회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토대를 제공하고,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더 나아가 사회 전반의 양성평등 문화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헌 이투데이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직원이 출산ㆍ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이 된다면, 그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크나큰 손실"이라며 "출산ㆍ육아를 바라보는 기업의 조직문화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어도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출산ㆍ육아 복지는 손실이나 시혜적 차원이 아니라 투자와 당위적 차원에서 시행되어야 한다"라며 "정책적ㆍ제도적 보완과 함께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맞물려 돌아갈 때, 저출생 위기 극복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