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모자, 도쿄타워 꼭대기에"…라인 왕국 꿈꾼 이해진의 글로벌 행보는

입력 2024-06-14 05:00 수정 2024-06-1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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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제공=네이버)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제공=네이버)

“국내 최고 포털에 안주하지 않고
네이버 모자를 도쿄타워 꼭대기에 씌어보고 싶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네이버의 첫 녹색 로고와 페이지를 제작한 이승환 전 디자이너와 만났을 때 한 발언이다.

네이버의 해외 진출은 이해진 GIO의 오랜 꿈이었다. 하지만 급속도로 성장하는 국내 사업과 달리 해외 진출 시도는 좌절의 연속이었다. 이 GIO는 전화와 통신이 먹통이 된 2016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라인(LINE)을 일본 시장에 안착시키며 10년 넘게 도전해온 글로벌 진출의 꿈을 현실로 만들 기회를 잡았다. 이후 네이버의 상징으로 여겨진 날개 달린 모자는 네이버의 에너지와 도전 정신을 상징하는 소재로 자리 잡았다.

라인의 일본 진출 성공 이후에도 해외 사업에 대한 이 GIO의 애정은 각별했다. 그는 2021년 사내 강연에서 “한정된 기술과 기획 인력을 국내와 해외 중 어디에 집중시킬지 판단했을 때 해외에 나가는 게 더 좋은 결정”이라며 “3~5년 뒤 제가 하자고 했던 해외 사업이 망하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제공=네이버)
(사진제공=네이버)

네이버는 일본을 넘어 대만, 태국, 유럽 등 해외 영토 확장에 집중했다. 이 GIO의 선구안을 바탕으로 라인의 월 이용자 수는 1억9600만 명(지난해 12월 말 기준)에 달하며 일본 9600만 명, 태국 5500만 명, 대만 2200만 명, 인도네시아 600만 명 등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메신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네이버가 사활을 걸고 키운 라인을 뺏길 위기에 처했다. 이 GIO의 글로벌 진출 계획도 제동이 걸릴 위기다. 지난해 발생한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빌미로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주사 A홀딩스 지분 매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A홀딩스 지분을 일부 매각해 인공지능(AI) 투자나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을 확보하고 일본을 제외한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사업권을 받아내며 협업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문제는 네이버가 동남아 사업권을 순조롭게 받아낼 수 있을지 여부다. 일본 정부를 뒷배로 삼은 소프트뱅크가 협상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네이버 노동조합은 “지분 매각은 대주주 자리를 내놓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고 네이버 서비스에서 출발한 라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애써 온 구성원들의 열정과 노력, 기술과 경험이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에 넘어갈 가능성, 그리고 구성원들이 고용 불안에 놓일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각각 50%씩 소유한 A홀딩스는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야후 지분 64.4%를 보유한 모회사다. 현재 지분구조에서 1주만 소프트뱅크로 넘어가더라도 라인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영향력은 축소될 수밖에 없으며 라인야후 산하의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 시장을 포기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동남아 시장까지 철수할 수 있다는 하는 점이 더 큰 문제”라며 “네이버가 A홀딩스 지분을 매각해서 AI 사업에 투자를 한다고 하는데 해외 사업 기반을 잃어버리고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내수용으로 AI를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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