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결혼 안 해" VS 日 "결혼 못 해"…원인 달라도 해답은 '성평등'

입력 2024-06-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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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사교육, 부동산 등 경제적 어려움 커져
‘여성 할당제’ 등 평등 정책으로 지원 늘려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저출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저출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한국과 일본 모두 합계 출산율 1.0명이 무너지자 두 나라의 ‘성 평등’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국과 일본의 저출산 원인을 짚으며 두 국가 모두 ‘성차별’ 문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2023년 한국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서울의 합계 출산율은 0.55명,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도쿄의 합계 출산율은 0.99명이다. 닛케이는 한국의 저출산 요인으로 취업난, 사교육비 증가, 부동산 가격 등을 꼽았다.

한일 저출산 문제를 연구해온 이바라키 대학교의 사사노 미사 교수는 “저출산 요인은 복합적이지만 한국은 ‘압축적 고학력’으로 비롯된 성 평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12일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y Forum)이 발표한 남녀평등 순위에서도 전체 146개국 가운데 한국이 94위다. 일본이 118위인 것에 비하면 조금 더 앞서고 있는 정도다.

닛케이가 표현한 ‘압축적 고학력’은 이른바 ‘어머니 세대의 희생’이다. 가부장제 사회인 한국에서는 과거 여성들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공장에서 일하는 등 가족을 지원했다. 그런 어머니 세대는 자신의 딸은 그렇지 않은 삶을 살게 하도록 교육에 투자했고, 이 세대들이 압축적 고학력을 이뤄냈다.

한국의 고학력 여성들은 결혼ㆍ출산 이후 주어지는 가사 의무를 불평등하게 여기고 있어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게 미사 교수의 진단이다.

일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은 결혼 감소다. 한국과 다른 측면은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것. 닛케이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취업난, 사교육비, 부동산값 등을 짚었다.

집값이 가장 비싼 지역으로 꼽히는 도쿄는 거주자 중 50세에 결혼하지 않을 확률은 남성 32.2%, 여성 23.8%로 가장 높다. 최근 닛케이 설문조사에는 출산을 위한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응답이 지배적이었다.

닛케이는 두 국가의 저출산은 유사하면서도 차이가 있다며 “해답은 '성평등'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여성가족부는 2000년대 여성할당제 등을 통해 여성 국회의원 비율을 높이는 선진적인 여성 정책을 쏟아냈지만, 윗세대와 남성들의 사고가 변하지 않아 세대ㆍ젠더 간 갈등이 커졌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나아가 세대교체가 이뤄지면 어느 순간 회복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함께 제시했다.

반면 일본은 남녀평등을 향한 과정에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영원히 저출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사 교수는 “일본은 ‘전통적 가족제도’를 지키기 위해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고 있다”며 “여성 취업률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이라고 진단했다.

닛케이는 저출산을 위한 성 평등은 미봉책이 아닌 구조개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성평등을 위해서는 고위 여성층을 더 늘리는 등, 한국의 여성 할당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시사노 미사 교수는 “한국에서는 이미 공공보육 제도 등을 신설해 왔다”면서 “청년들이 결혼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처음부터 능력에 맞는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고, 젊은 사람들도 가족을 형성할 수 있는 쉬운 조건을 제공해 결혼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닛케이가 6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는 정부 저출산 대책에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이 70%에 달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10%만이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대책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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