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을 앞둔 이들의 모습도 그러하다. 위암 말기 환자는 김치를 곁들여, 라면 한 그릇만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죽기 전까지 TV 먹방을 보다가 돌아가신 분도 있었다. 세상을 떠난 환자들의 침대를 정리할 때 구석구석 과자봉지와 사탕 껍데기가 나온다. 가족들은 더 이상 부모님이 음식을 드시지 못하면 마음 아파한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환자와 가족들은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제세동기, 항암제 같은 연명치료는 거부하겠다고 말하지만, 영양공급에 대해서는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병원에서도 무의미한 연명의료는 연명의료결정제도를 통해 중단이 가능하지만, 물과 영양공급은 중단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영양제를 투여하거나 비위관, 소위 말하는 콧줄을 통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영양 공급을 실시한다. 이를 중단하자고 하면 환자를 굶어죽게 할 수는 없다고 마음 아파한다.
오래전 어른들은 곡기(穀氣)를 끊고 돌아가셨다. 임종이 다가오면 천천히 스스로 물과 음식을 끊고 죽음을 준비하셨다. 혹자는 자살이 아니냐고 묻지만, 더 이상 우리 몸이 영양분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를 알아차린 때여서 자살과는 다르다. 장례지도사들은 곡기를 끊고 돌아가신 어르신을 염할 때 스스로 염을 하셨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곡기를 끊는 것은 오히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뇌의 평온함을 준다는 의학적 견해도 있다. 동물도 본능적으로 죽음이 다가오면 더 이상 먹지를 않는다.
과연 우리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먹을 것인가, 아니면 멈출 것인가. 먹게 도울 것인가, 먹지 않는다 하더라도 슬퍼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살아있을 때도, 죽을 때도 먹는 건 역시 중요한 문제다. 강원남 행복한죽음 웰다잉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