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강화 위한 시스템 구축
촘촘한 리스크 관리 위해 조직 신설
다음달 3일 주요 업무별 최종책임자를 특정하고 내부통제에 대한 임원의 책임을 강화하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금융권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당장 적용 대상 첫 타자인 은행의 경우 책무구조도 작성은 물론,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 고객 자산 관리 리스크 개선을 위한 새로운 조직 신설 등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금융지주와 은행은 법 시행 6개월 후인 내년 1월 3일까지 책무구조도를 마련해 금융당국에 제출하면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은 있지만 잇따라 터진 대규모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에 더욱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이르면 신한금융 외에도 올해 하반기 조기 시행이 가능한 곳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주요 은행과 책무구조도 가이드라인 구축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책무에 대한 설명, 배분 방법과 대표이사의 관리 의무 상세 내용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과 제재·면책기준 운영 지침 제작을 마무리하고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윤리경영 및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윤리강령 실천서약 △법규준수 자기점검 △금융사고 예방교육, △금융사고 예방대책 자기평가 △소속부점 자기평가 △온라인 윤리교육 △KB정도영업 교육 등이다. 전 임직원대상 매주 윤리경영 자기점검을 실시하고, 분기마다 임직원 근무윤리 및 사고예방을 위한 자기평가를 실시 중에 있다. 디지털 기반 내부통제점검(상시감사체계)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금융사고 예방 강화를 위한 지역그룹 내부통제팀도 신설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부점장 및 팀장급 2인 1조를 각 지역그룹으로 파견해 영업 현장의 내부통제 취약부문 점검 및 교육을 통한 금융사고예방 강화에 나설 계획”이라며 “임직원 상호견제 기능 제고를 위해 포상금이 최고 10억 원에 달하는 내부고발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달 업계 최초로 책무구조도 작성을 마무리하고 임직원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설명회에서는 관련 법령 및 내규에 입각해 임원의 책무를 누락, 중복 없이 도출, 점검하는 방법과 해외 선행사례 분석을 통한 전사적 내부통제 관리 프로세스 개선 방안을 소개했다.
신한은행은 올초 리스크관리그룹 리스크공학부 산하에 고객 자산 리스크 관리를 총괄하는 ‘고객자산리스크팀’을 신설했다. 신한투자증권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고객리스크관리부’를 만들었다. 이 조직들은 고객 개개인의 자산을 예금, 펀드, 파생상품, 신탁 등 상품 유형별로 분류해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소비자별 금융상품 판매 한도를 설정하고 관리한다.
하나금융지주는 해외부동산 투자 리스크 관리에 팔을 걷어붙였다. 하나금융은 올해 초 해외부동산 투자 사전 심의기구인 ‘해외대체투자평가위원회’를 신설하고 해외대체투자건에 대한 투자은행(IB)전문가들의 사업성 분석 의견과 자문을 구하는 등 투자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키로 했다. 그룹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는 현지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기 전까지 신규 투자를 자제하고,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는 투자 건에 대해서는 대주단 협의를 통해 회수 계획을 수립해 시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4월부터 ‘2024년 금융사고 제로 은행’을 위한 서포터즈 활동에 돌입했다. 사고 제로 서포터즈는 검사기능 혁신추진 계획의 하나로 물샐 틈 없는 내부통제시스템 완성을 위해 도입했다.
NH농협은행은 리스크관리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기존 리스크관리부를 리스크총괄부 및 신용리스크관리부로 이원화했다. 전행 리스크관리 총괄은 리스크총괄부가 수행하고 신용포트폴리오 전략 수립 및 관리는 분리·신설된 신용리스크관리부가 전담한다.
한편 자산총액이 5조 원을 넘는 증권사와 보험사의 책무구조도 제출 기한은 법 시행 1년 뒤인 내년 7월까지다. 나머지 금융회사는 업권과 자산 규모 등에 따라 2~3년의 유예 기간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