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AI 조직 ‘카나나’ 신설…수익화 집중
이미 탄탄한 생태계와 시너지 노려
‘인공지능(AI) 지각생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AI 지각생으로 대표되는 애플과 카카오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집중하기보다는 AI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들 사업자가 견고한 생태계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시장의 반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연내 사용자 중심의 AI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당초 카카오는 지난해 8월 네이버가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인 직후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생성형 AI ‘코GPT 2.0’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에 내홍까지 번지자 AI 사업에 차질을 빚으면서 출시가 연기됐다. 이에 카카오는 자체 LLM을 공개하는 대신 서비스 형태로 내놓으며 수익화에 집중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오픈AI를 비롯한 빅테크가 텍스트·음성·이미지·영상 정보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 모델을 선보이는 상황에서 코GPT 2.0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는 자사 모델뿐만 아니라 오픈AI 등 외부 모델도 혼합해서 활용하고 있다.
AI 업계 관계자는 “챗GPT-4 옴니가 나온 이후로 업계에서는 모델을 만드는 게 의미가 있냐는 말이 나온다. 과거에는 모델 성능을 끌어올려 고도화를 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픈AI도 수익화를 위해 GPT스토어를 냈지만 잘 안됐다. 여전히 킬러앱, 킬러서비스가 없는 상황에서 결국에는 실생활에서 피부에 와 닿는 기기와 플랫폼을 가진 회사들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강점을 활용해 채팅에 적합한 AI 기반 콘텐츠 구독 및 상담 형태의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AI 시장에서는 ‘속도’ 보다 ‘방향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카카오만의 강점을 활용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 대표는 11일 경기도 안산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에서 열린 프레스 밋업 행사에서 “지금까지 (AI) 싸움은 언어 모델의 싸움이었지만 애플이 나오면서 결국 사용자가 쓸 수 있는 의미 있는 서비스로 넘어가는 게임이 됐다”며 “카카오도 '가장 나다운 해답'을 찾는 AI 서비스를 고민 중이며 연내에는 정말 카카오다운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카카오의 강점은 카카오톡의 연결성과 이용자 수다.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MAU) 4870만 명(1분기 기준)을 보유한 카카오톡 기반으로 서비스 곳곳에 AI와 사람을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카카오는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AI 전담 조직 ‘카나나’를 신설했다. AI 서비스 중심 조직인 ‘카나나엑스’와 AI 모델 개발 중심 조직인 ‘카나나 알파’로 구성된 카나나는 AI 모델 개발과 서비스 접목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AI 서비스를 조기에 가시화한다는 전략이다.
애플도 자체 LLM 개발을 포기하고 오픈AI의 GPT-4o 기반의 챗GPT를 연동하며 AI 시장에 뒤늦게 합류했다. 업계에서는 “한방이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애플은 개인화 서비스와 아이폰·아이패드·맥·애플워치 등 자체 하드웨어 생태계를 무기로 이용자를 강력하게 록인(lock-in)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애플이 오픈AI가 선도하는 AI 생태계를 자사 중심으로 다시 꾸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오픈AI의 LLM 모델이 좋다고 하지만 실제 AI의 기술을 체감할 수 있는 이용자는 극히 소수”라며 “애플이나 카카오톡에서 연동이 돼야지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다. 결국에는 이들이 록인 효과를 통해 수익 창출 측면에서 앞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