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본사 업무지시 안 받은 중국 파견 근로자, 산재 안 돼"

입력 2024-06-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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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 중국법인 근무 중 심근경색 사망…“중국 현지 취업규칙 적용”

▲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본사의 업무지시를 받지 않은 중국 파견 근로자에게는 산업재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3부(재판장 최수진 부장판사)는 사망한 A 씨의 배우자인 원고 B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1997년 현대엘리베이터 영업부 사원으로 입사한 근로자 A 씨는 2019년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중국 현지법인에서 근무하게 됐는데, 2020년 7월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추정됐다.

배우자인 B 씨가 A 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법률에 따라 해외파견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 임의가입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B 씨는 2021년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부지급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행정법원에서 기각됐고, 2022년 재차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또 거절당했다. 이에 이번 행정소송을 다시 제기한 것이다.

B 씨는 A 씨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지시를 받고 중국으로 근무지를 옮겼다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근로 장소가 중국이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국내 사업 소속돼 본사 지휘 따라 일했다”는 것이다.

또 A 씨 월급이 본사와의 연봉계약에 의해 결정됐고 퇴직금에 중국 근무 기간이 포함돼 산정된 점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법원은 B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현대엘리베이터는 중국 현지법인의 100% 지분을 보유한 모회사지만, 자회사인 중국 현지법인은 중국법에 의해 설립된 회사로 별도의 독립된 실체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중국 현지법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중국 현지법인의 취업규칙을 적용받았으며 중국 현지법인으로부터 급여를 지급받아 중국에 개인 소득세를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엘리베이터가 A 씨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했거나 A씨가 현대엘리베이터에 직접 업무보고를 했다는 구체적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중국 현지법인 근무기간을 본사 근무기간으로 인정해 퇴직금을 산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재판부는 “이는 사망한 B 씨에 대한 배려로 보인다”면서 “이런 사정만으로 B 씨가 실질적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소속돼 그 지휘에 따라 근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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