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에서 20여 년간 현장을 누비던 동갑내기 생산직 여직원 2명이 자신들이 건조한 선박의 명명식 스폰서(sponsor)로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선박 스폰서는 완성된 배의 이름을 짓는 명명식의 주인공으로, 수년 전까지 선주 부인 등 선주 측 고위 관계자가 맡거나, 특별한 의미의 선박은 대통령이나 장관 부인 등이 나선 것이 관례다.
이번 명명식의 주인공은 현대중공업에서 선박의 선실을 제작하는 한경자(선실생산2부·50세) 씨와 도장작업을 담당하는 김순덕(도장5부·50세) 씨로, 본인이 건조한 선박의 이름을 직접 붙이는 행운을 잡았다.
명명식 최초로 2명의 직원이 한 번에 초청되기도 한 이들은 현대중공업이 25일 울산 본사에서 개최한 그리스 마란 탱커스사의 15만9000톤급 원유운반선과 알파 탱커스사의 31만8000톤급 초대형 원유운반선 명명식에 초대됐다.
한경자씨는 지난 1987년 입사해 선박의 조종실 등 주요 시설이 위치한 선실 제작을 맡아왔으며, 김순덕 씨도 지난 1985년 입사해 선박에 옷을 입히는 도장업무를 20여 년간 성실히 수행해 왔다.
마란 탱커스사의 원유운반선은‘마란 피티아’호로 이름 지어졌으며, 알파 탱커스사의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시저'호로 명명됐다.
한경자 씨는 “이렇게 뜻 깊은 자리에 초청받게 되서 기쁘고, 내 자식처럼 정성들여 만든 이 선박이 안전하게 전 세계를 누비며 세계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