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경쟁 나선 은행들, 결국은 ‘금리 경쟁’...역마진 우려도

입력 2024-06-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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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6-26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5대 은행 기업대출 규모 800조 넘어…과열 경쟁 우려
농협은행 제외하고 중기대출 금리 5%대…우대금리도

시중은행들의 ‘기업대출’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은행들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금리’를 무기로 내세우면서 ‘노마진’까지 감내하는 상황이다. 일부 은행의 경우 ‘역마진’까지 불사하는 것으로 나타나 출혈경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기업대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어 은행들의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NH농협)의 기업 대출 잔액은 802조 1847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767조 3139억 원) 대비 무려 42조 3225억 원이 늘어난 규모다.

작년부터 공격적인 기업대출 영업에 나섰던 하나은행과 올들어 본격 드라이브를 건 신한은행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신한은행의 경우 이 기간 대출 규모가 12조3000억 원 가량 늘며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고, 하나은행이 11조 원 이상 확대되며 뒤를 이었다. 국민은행도 같은기간 175조2000억 원에서 177조7000억 원으로 8조8000억 원 가량 증가했다.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집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가계대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가 시장 안정을 이유로 가계부채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올해 초 도입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로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금리 상황도 기업대출에 더 유리하다. 통상 금리 인상기에는 경기요인 등으로 기업자금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고금리로 채권시장이 위축되면서 은행대출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에는 기업들의 영업자금 수요가 증가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기업대출의 경우 부수 효과가 크다. 새로운 기업 고객을 유치할 경우 임직원 급여 통장 개설, 신규 대출 모집, 카드 발급 등의 영업이 가능한 데다 퇴직연금까지 연계할 경우 비이자수익까지 거둘 수있다.

문제는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기업대출에 몰리면서 ‘노마진’ 경쟁까지 불사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의 기업대출 서비스는 사실 ‘대동소이’ 하기 때문에 결국 경쟁포인트는 ‘금리’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는 농협은행을 제외하고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해 2~4월 국민은행의 대출금리는 6.18%에서 올해 같은기간 5.69%로 떨어졌으며, 신한은행도 5.68%에서 5.17%로, 하나은행은 5.39%에서 5.29%로, 우리은행은 5.92%에서 5.77%로 내려갔다.

특히 은행들은 신규 대출 취급 시 영업점 전결 금리 인하 폭을 확대하며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의 경우 본부와 영업점에서 저금리로 기업대출 실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금리우대프로그램을 14조 원 규모로 지난 1분기부터 운영하고 있다. 또 4월부터는 본부 특별 금리 운용 프로그램을 시행 중인데, 2분기까지 2조2000억 원이 배정됐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은행 본점·영업점장의 전결 조정금리를 뜻하는 가감조정금리, 즉 우대금리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의 가감조정금리는 올해 2~4월 기준 1.93%로 전년 같은 기간(1.7%) 보다 0.23%포인트(P) 올랐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 3.11→3.28%, 하나은행 1.96→2.23%, 우리은행 2.43→2.61%, 농협은행 1.12→1.49%로 상승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 “금리에 예민한 기업고객들은 최근 은행간 경쟁이 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고객들 입장에서는 0.001%포인트(p)라도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은행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금리까지 낮춰가며 경쟁에 나서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기업대출 연체율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기업대출 연체율은 2.31%(은행 0.48%, 비은행금융기관 5.96%)로 지난해 3분기 1.72% 대비 0.59%p 올랐다. 2012년 6월 2.48% 이후 역대 최고치다.

한은 관계자 “은행 수익에 크게 기여한 기업대출은 추후 금리 하락기로 전환되면 은행 수익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서 “특히 기업대출 부실이 시차를 두고 확대될 경우 향후 대손비용 상승 등 은행의 수익성 저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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