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터는 더 많은 걸 가능케 해” 양자 과학기술, 실험실 밖으로 나오다

입력 2024-06-2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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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양자 이용해 보안 강화한다
대학생·연구진 “양자 분야 전망 좋아”

"비행기가 처음 개발됐을 때, 사실 비행기보다 말이 더 빨랐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말이 할 수 없는 일을 비행기가 해낸다는 거죠. 클래식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도 마찬가지입니다."

▲2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퀀텀코리아 2024'가 열렸다. (이은주 기자 letswin@)
▲2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퀀텀코리아 2024'가 열렸다. (이은주 기자 letswin@)

2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퀀텀코리아 2024'. 엄상윤 IDQ코리아 대표는 기업 발표 세션에서 "양자 컴퓨터는 더 많은 걸 가능케 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엄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청중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양자 과학기술을 향한 차가운 논리와 뜨거운 열정이 공존하는, 이곳은 '퀀텀코리아 2024'다.

퀀텀코리아는 글로벌 양자 과학기술 축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퀀텀코리아 2024 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양자 과학기술 공급 및 활용 기업 관계자, 국내 주요 교육 및 연구 기관장, 산학연 연구진, 양자대학원 학생, 일반 국민 등 500여 명이 몰렸다.

▲2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퀀텀코리아 2024'가 열렸다. 사진은 SKT와 케이씨에스가 공동 개발한 양자 암호칩(QKEV7)이다. (이은주 기자 letswin@)
▲2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퀀텀코리아 2024'가 열렸다. 사진은 SKT와 케이씨에스가 공동 개발한 양자 암호칩(QKEV7)이다. (이은주 기자 letswin@)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동통신3사도 전시회에 참여했다. SKT는 전시 부스에서 케이씨에스와 공동 개발한 양자암호칩(QKEV7)을 공개했다. 양자암호칩은 양자난수생성기(QRNG)칩과 암호칩(KEV7) 등 두 개 칩을 합친 보안 칩이다. SKT 관계자는 "이 칩은 CCTV나 월패드 같은 보안 솔루션이나 서비스, 심지어는 핸드폰에도 탑재해 활용하고 있다"며 "난수를 무작위로 생성해 예측하지 못하게 해 해킹을 차단한다"고 말했다.

▲2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퀀텀코리아 2024'가 열렸다. 퀀텀 AI 카메라가 기자를 인식하고 있다. (이은주 기자 letswin@)
▲2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퀀텀코리아 2024'가 열렸다. 퀀텀 AI 카메라가 기자를 인식하고 있다. (이은주 기자 letswin@)

양자암호칩이 탑재된 '퀀텀 인공지능(AI) 카메라'도 선보였다. 퀀텀 AI 카메라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객체를 인식하고 이상행동을 탐지한다. AI 카메라 내 양자암호칩의 난수 생성으로 암호화를 강화해 데이터 전송 시 해킹 위험을 최소화한 제품이다. 전시회 내 화면을 통해 AI가 분석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AI는 기자와 부스 관계자의 모습을 '흰색 재킷을 입은 여성과 번 모양의 머리를 가진 여성이 옆에 서 있다'라고 인식했다.

▲2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퀀텀코리아 2024'가 열렸다. 사진은 KT의 '퀀텀-AR 글래스'다. (이은주 기자 letswin@)
▲2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퀀텀코리아 2024'가 열렸다. 사진은 KT의 '퀀텀-AR 글래스'다. (이은주 기자 letswin@)

KT는 '고객 맞춤형' 양자 과학기술 활용 사례를 공유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검정색 고글 형태의 '퀀텀-AR 글래스'였다. 고글 모양의 글래스를 착용하면, 착용한 사람이 듣고 보는 데이터를 암호화해 수신한다. KT 관계자는 "현재 현대중공업 내 기밀 시설 통신 인프라 등 AR 기반 원격 보안검사를 할 때 쓰인다"고 말했다.

양자키분배기술(QKD)과 양자내성암호(PQC)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양자보안망도 소개했다. 양자키분배는 물리적 회선의 도청 시도를 원천 차단하는 기술이며, 양자내성암호는 양자컴퓨팅 환경에서 안전하게 기술을 이용하도록 하는 보안이다. KT 관계자는 "데이터의 양과 질에 따라 맞춤형 서버를 제공한다"며 "은행을 예로 들자면, 방대한 정보를 지닌 본점엔 QKD 서버로 데이터를 처리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데이터를 가진 지점엔 PQC를 따로 설치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2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퀀텀코리아 2024'가 열렸다. 사진은 LG유플러스 알파키의 시연 화면이다. (이은주 기자 letswin@)
▲2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퀀텀코리아 2024'가 열렸다. 사진은 LG유플러스 알파키의 시연 화면이다. (이은주 기자 letswin@)

LG유플러스는 클라우드용 통합 계정 관리 솔루션 '알파키(Alphakey)'를 최초 공개했다. 알파키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개별적으로 등록된 임직원의 계정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솔루션이다. 알파키는 '대시보드', '워크플로우', '보안' 등 기능이 있어 임직원의 계정 정보를 관리할 수 있었다. 또한, '이상 접속 관리' 시스템을 통해 해외 접속·사외 접속·비인가 단말 등 접근을 감시·차단할 수 있었다.

부스 입구에는 국정원의 인증을 받은 양자내성암호 기술이 적용된 가상사설망(VPN) 솔루션이 전시돼 있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국가 공공기관에 VPN을 도입할 때 국정원 인증을 받은 제품 위주로 사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2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퀀텀코리아 2024'가 열렸다. 사진은 성균관대 부스에 전시된 양자컴퓨터의 모습이다. (이은주 기자 letswin@)
▲2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퀀텀코리아 2024'가 열렸다. 사진은 성균관대 부스에 전시된 양자컴퓨터의 모습이다. (이은주 기자 letswin@)

이날 행사에는 기업 관계자뿐 아니라 양자과학기술을 연구하는 학생과 산학연 전문가, 시민들도 방문했다. 성균관대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도 전시 부스를 열고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부스에는 약 1m 남짓 되는 거대한 양자컴퓨터 모형이 있었다. 성균관대는 이 중 양자컴퓨터를 구동하는 칩을 만들었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성균관대 나노공학과 재학생 A 씨는 "양자과학기술 분야 연구원을 희망한다"며 "양자 엔지니어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독자적인 연구개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재학생 B 씨는 한국연구재단(NRF) 부스에서 정부 주도 연구개발 방향성에 대해 묻기도 했다. B 씨가 "정부는 3대 양자 기술인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양자센서 중 어떤 분야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냐"고 질문하자,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3대 기술 중 특정 분야에 집중하지는 않고, 최근 발표한 '퀀텀 이니셔티브'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내년 상반기 중 '개방형 양자 팹'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개방형 양자 팹은 양자소자 개발을 위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오픈형 반도체 공정 시설이다. 서울시 홍릉에 연구개발(R&D) 지원 센터에 개방형 연구소도 구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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