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인재유출·저출생’ 두 토끼 잡는 길

입력 2024-06-2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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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ㆍ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

기업 먹여살리는 인재 영입 애쓰지만
매력적 일터 안되면 인력유출 심화돼
기업·정부 협력해 개방형혁신 추구를

인재 유출은 최근 10년 동안 주기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 시총 1위로 등극한 엔비디아 임원 중 500명 이상이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쟁사로 이직하며 중요한 기술을 유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관련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인재들이 해외로 향하게 되면 기업 측면에서도 국가 측면에서도 상당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2031년까지 5만4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을 예측하고 있는 가운데,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20% 이상을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미국이나 반도체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일본 역시 목표 달성을 위해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022년 미국에서는 인재와 회사 간 전쟁이 인재들의 승리로 끝났다는 PWC 회장의 얘기가 큰 화제가 된 바 있었다. ‘대사직(Great Resignation)의 시대’로 불린 2021년 회사를 떠났던 많은 인재들이 더 유연한 근무조건과 더 높은 연봉으로 새 일자리를 찾게 됨에 따른 것이었다. 미국 포브스에 따르면 고성과자가 평균적 성과자에 비해 4-10배의 가치가 있다는 연구결과에 기반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어 노동시장에서 인재들의 우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물리적 자원의 부족을 뛰어난 인적 자본을 통해 극복하여 경제 발전을 이룬 대표적 모범이 되어 왔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4월 스탠퍼드에서 발간한 AI 인덱스 2024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가장 많은 AI 특허를 만든 나라였다. 그러나 같은 보고서에서 링크트인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31개국 AI 인재들의 국가별 이동 조사 결과에서 우리 나라는 AI 인재 유출이 유입보다 많은 8개국 중 하나로 나타났다. 우리보다 순유출이 많은 나라는 이스라엘과 인도뿐이었다. 우리나라는 2022/2023년 중국과 인도에 이어 3번째로 많은 학생을 미국에 보낸 나라이기도 하다. 학술적 교류가 활발하다는 것은 긍정적이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현지에 남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도 인적 자본의 유출을 염려하게 되는 대목이다.

인재들이 떠나는 데는 분명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결국 기업 측면에서는 더 매력적인 일터, 국가 차원에서는 더 매력적인 삶의 터전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가족을 형성하고 자녀를 키우는 데 어려움이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US뉴스 & 월드리포트 국가 랭킹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나라 21위이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 순위는 27위, 가족친화정도 지표에서는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보다 아래인 46위에 랭크되어 있다. 자녀를 갖고 있거나 자녀를 갖기 원하는 인재들에게 우리나라의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가족친화적 환경,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저출생 문제를 완화하는 데에도 반드시 필요한 문제이므로 인재 확보를 위해 기업과 정부가 함께 협력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복잡한 사회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외부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창의적 문제해결을 추구하는 개방형 혁신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배우고 실천하고 있다. 인재유출과 저출생 문제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문제 해결에 있어 정부나 기업이 단독으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는 기업이 더 매력적인 고용주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법을 찾고, 기업은 우리나라가 아이들을 키우는데 더 매력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때 인재 유출과 저출생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창의적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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