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올라오는 데..." 공사비 문제에 첫 삽도 못 뜬 서울 빗물터널

입력 2024-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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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빗물터널 점검이 실시되는 모습. (사진제공=양천구청)
▲신월빗물터널 점검이 실시되는 모습. (사진제공=양천구청)

공사비 문제가 심화하면서 민간 사업장을 넘어 공공이 발주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특히 빗물 배수 터널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기반시설의 착공이 낮은 공사비 문제로 유찰되면서 '시공사 모시기'에 차질을 빚는 양상이다. 이달 전국이 장마 전선에 영향권에 들어감에 따라 또다시 대규모 침수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올해 4월 입찰 마감된 서울 대심도 빗물 배수 터널 건설 사업(강남역·도림천·광화문)은 PQ(사전입찰심사제도) 심사 1인 신청에 따라 유찰됐다. 쉽게 말해 복수의 기업이 아닌 1개 업체만 참여해 유찰된 것이다.

이 사업은 2022년 장마철 집중호우로 반지하 주택이 침수되는 등 서민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서울시가 호우 피해를 막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당초 서울시가 구상한 착공 목표 시점은 지난해 하반기였으나, 치솟는 공사비를 반영하지 못한 낮은 가격을 책정한 탓에 건설사들이 입찰하지 않으면서 유찰이 반복됐다.

현실성 없는 공사비란 지적이 빗발치면서 서울시가 기획재정부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고, 총 사업비는 기존 1조2052억 원에서 1조3689억 원으로 증액됐다. 서울시는 올해 4월 재공고 당시 입찰한 1개 업체와 관련 사업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1차 계약 영역에 해당하는 우선 시공분은 이르면 올 하반기 착공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사업비 문제로 착공 시점이 최소 1년가량 늦어진 것이다. 서울 대심도 빗물 배수 터널 건설 사업의 공사 기간은 49개월~50개월로, 서울시는 2028년 말 완공을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기획재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 등 관련 인허가 절차를 일부 축소해줬지만, 인허가 절차가 길고, 공사비 증액 관련 협의를 진행하면서 착공 시점이 늦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해 피해를 막기 위한 사업인 만큼, 주무부처와 지자체의 협력이 빠르게 진행돼 속도를 내야 하지만 엇박자가 난 것이다.

이밖에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2공구(GTX-A 환승센터) 사업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해당 사업이 공사비 문제로 5차례 유찰되자, 올해 5월 공사비를 기존 2928억 원에서 3600억 원으로 672억 원 증액해 입찰 공고를 냈다. 하지만 또 다시 유찰되면서 올해 11월 28일까지 재공고를 낸 상태다. 다만 이번에는 무응찰에 따른 공사비 추가 증액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게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저번 입찰 공고 당시 서류 준비 미진 등의 이유로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업체가 있다"며 "이에 따라 이번 입찰이 유찰돼 공사비를 추가 증액하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형 SOC 사업의 경우, 건설업체들이 수주를 해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물가변동분이 반영된 현실성 있는 예산 책정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전용준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대형 SOC공사 중심으로 유찰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최초 예산이 너무 적게 책정된 영향이 크다. 예비타당성 심사와 타당성 조사의 공사비 산정기준이 5년전, 10년 전 기준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재부에서는 GDP 디플레이터 만큼 반영을 해줬는데, 최근에 아예 디플레이터 수준을 넘어서면서 투찰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관련 타당성 연구 용역이 진행 중인 만큼 빠른 셋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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