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 질환 전문가들이 국제 학계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간 질환 연구·치료를 선도하겠단 포부를 밝혔다.
대한간학회와 한국간담췌외과학회, 대한간암학회, 대한간이식학회 등 4개 학회는 28일 오후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학술대회 ‘더 리버 위크 2024(The Liver Week 2024)’를 개최하고 최근 학회 소속 연구진들의 성과를 공유했다.
이날 가장 큰 성과로 대한간학회의 학술지가 꼽혔다. 학회의 공식 학술지 ‘임상 및 분자 간학(CMH)’은 지난해 피인용지수(IF) 14점을 달성했다. CMH는 2020년 과학인용색인(SCIE)에 등재됐는데, 불과 4년 만에 IF가 3.987에서 14까지 급상승했다.
이에 따라 CMH는 세계적으로도 권위를 인정받게 됐다. CMH의 2023년 피인용지수는 국내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중 가장 높았으며, 전 세계 소화기·간장학 분야 143개 SCIE 학술지 중 6위에 올랐다. 이는 미국간학회 공식 학회지인 ‘간학(Hepatology)’의 피인용지수(12.9)를 넘어선 수준이다.
김원 대한간학회 간행이사(서울의대 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오직 학술과 연구 부분에 초점을 맞춘 공정한 출판 과정에 힘썼다”라며 “논란이 있었던 최신 주제들을 다루고, 세계적인 석학들과 핵심 오피니언 리더들의 수준 높은 연구를 출판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김윤준 대한간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학회지의 수준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연구의 질이 담보돼야 하며, 이를 위해 공정한 리뷰와 좋은 연구 발굴에 집중해야 한다”라며 “CMH가 가장 존경받는 선도 의학 잡지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한국이 간 질환 연구와 진료를 선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지방간질환을 우리말로 지칭할 수 있는 새로운 용어 도입 역시 주목받은 성과였다. 대한간학회는 올해 2월 지방간질환 질병명 개정위원회를 출범하고, 회원 대상 설문조사와 토의 끝에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을 새로운 한글 용어로 선정했다.
그간 학계에서는 비알코올지방간질환(NAFLD)과 비알코올지방간염(NASH) 등의 명칭을 널리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명칭은 음주량에만 집중해 진단하는 경향을 반영하고, 대사기능 장애를 간과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해외 학계에서는 대사기능 장애에 초점을 맞춘 ‘대사 장애 관련 지방간 질환(MAFLD)’과 ‘대사 장애 관련 지방성 간 질환(MASLD)’ 등의 명칭이 대두됐다.
권영오 대한간학회 회장(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그간 사용했던 비알코올성이란 말은 알코올성이 아니라는 데 방점이 찍혀있어 배제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의미가 있다”라며 “뿐만 아니라 용어에 따른 낙인 효과도 있어 뚱뚱하다는 의미의 ‘패티(fatty)’가 아닌, ‘스테이토틱(steatotic)’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회는 간염 질환 관리와 예방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 지원도 촉구했다. B형간염과 C형간염은 감염 상태로 방치하면 만성 간염으로 진행 후 간경변증이나 간암을 유발한다. 현재 B형간염 검진은 만 40세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돼 있지만, C형간염에 대한 국가검진체계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22대 총선 공약사항에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을 포함, 취임 후 국정 과제로 추진 중이다.
김윤준 이사장은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으로 조기진단과 치료를 시행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간경변증과 간암 등 중증질환과 이로 인한 사망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여러 연구를 통해 비용 효과성도 입증됐다”라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C형간염 퇴치 목표 달성은 물론, 질병 퇴치 수준의 국가 C형간염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