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 복숭아 300여 종 달해…트렌드 변화 속 그린황도 등 신품종 관심 ↑
상품 선별 및 포장, 매장 진열까지 하루 소요…당도보장, 명품꿀당 등 차별화
27일 전북 남원 주생면에 있는 복숭아농장 방문길은 예상보다 험난했다. 차량이 지나갈 수 있을까 싶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참 올라가니 푸르고 샛노란 복숭아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서 2대째 복숭아 농장(법인명 피치파이브)을 운영 중인 방극완 씨를 만났다. 방 씨는 이곳 1만 평 부지에서 수확한 복숭아 30톤(t) 중 대부분을 홈플러스에 납품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는 복숭아를 '물복(물렁물렁한 복숭아)', '딱복(딱딱한 복숭아)'과 같은 식감 정도로 구분하지만, 국내에서 재배되는 복숭아는 300여 종에 이른다. 복숭아는 사과나 포도처럼 대표 품종이 없는 데다 생산시기나 국내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기 때문이다. 방 씨는 “복숭아는 수확 시기나 맛, 식감 등이 품종에 따라 가지각색이고 소비자가 선호하는 복숭아 변화도 빠르다”며 “이 농장에서 올해 생산 중인 복숭아 품종도 19종가량”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가 최근 가장 힘을 싣고 있는 품종은 '그린황도'다.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생산되는 그린황도는 황도의 절반 정도 크기지만 당도는 평균 11Brix(브릭스) 이상으로 달고 손으로 껍질을 벗길 수 있을 만큼 부드럽다. 손길만 스쳐도 바로 손자국이 날 정도다. 나무에서 갓 딴 복숭아는 손에 힘을 주지 않았음에도 과즙이 뚝뚝 떨어졌고 맛 또한 다디달았다. '맛 한번 보라'는 농장주의 말에 받아든 그린황도 2개는 입속에서 금세 사라졌다.
그린황도에 대한 시장 반응은 뜨겁다. 시장에서는 일반 황도 대비 2배가량 높은 가격에 형성돼 있는 데다 지난해 홈플러스에서 판매된 남원 그린황도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2배 이상(147%) 상승했다. 남원지역 복숭아 전체 매출도 덩달아 200% 이상 뛰었다.
방 씨는 "일본에서 시작된 그린황도는 국내 연구와 개량을 거치면서 품질이 개선됐다"며 "최근에는 해외에서 생산 노하우를 보러 올 정도"라고 귀띔했다. 그린황도 뒤를 이어 폭삭한 식감의 가납암이 출시를 시작했고 '쫀복이'로 유명한 마도카도 수확을 앞두고 있다.
방 씨는 "수확이 한창이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지만 홈플러스와 지역원예농협 등이 선별ㆍ포장, 판매 등의 활동을 지원해 주는 만큼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다"며 "또 아무리 좋은 상품을 생산하더라도 판로가 없으면 의미가 없는 만큼 홈플러스를 통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있는 점도 농가 입장에선 큰 도움이 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농장에서 수확된 남원 복숭아는 다음 날 아침이면 전국 홈플러스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빠르게 공급된다고 해서 크기나 품질 면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당도 등 상품 선별 작업만 총 5단계를 거친다. 농가(1단계), 선별장(2, 3단계), 물류센터(4단계)에 이어 홈플러스 매장에서 최종 선별 과정을 거친 뒤에야 마트 매대에 오를 수 있다.
특히 농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선별장 내 '비파괴당도선별기'가 속도 감축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인 복숭아가 통과할 때마다 당도를 확인할 수 있고 기준에 미달하는 상품은 별도 분류된다. 홈플러스의 '당도보장' 프로젝트는 장마시즌 전 고품질의 과일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맛있는 제철 과일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더 나아가 홈플러스 최고당도 상품에는 ‘명품꿀당’ 브랜드가 붙는다.
이정모 남원원예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과장은 “농가에서 선별돼 오는 상품이 기준에 맞지 않아 경고를 2차례 받게 되면 이후 센터 반입이 어려워진다”며 “복숭아는 10Brix만 넘어도 달고 맛있지만 11Brix부터 20Brix까지 당도가 높은 고품질 제품으로만 홈플러스에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남원 복숭아와 손을 잡은 이유도 물량 자체보다 고품질 과일 확보에 힘을 싣고 있어서다. 신재현 홈플러스 과일팀 바이어는 “남원에서 생산 가능한 복숭아 물량은 한정적이나 섬진강 변의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일조량을 갖춘 자연조건이 과일 재배에 최적화돼 있다”며 “또 다른 지역 대비 출하 시기가 열흘가량 빨라 독보적인 시장성을 자랑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