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별과 주 6일제

입력 2024-07-0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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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원은 통상 ‘별’로 지칭한다.

군에서 장군으로 승진하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명예로운 자리라는 얘기다. 그만큼 기업에서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은 낮다.

국내 100대 기업에 재직하는 일반 직원이 임원 명함을 새길 확률은 0.8%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 중 임원이 가장 많은 삼성전자도 0.9%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100대 기업 전체 직원 수는 대략 85만 명. 이 중 미등기 임원만 7000명이 조금 넘는다. 산술적으로 120명 정도에 임원이 1명 정도 있는 셈이다.

달리 해석하면 직원 120명 정도가 치열하게 경쟁해 1명 정도만 겨우 임원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대기업 입사를 위한 경쟁부터 고려하면 임원까지는 산 넘어 산이고, 실력은 물론 운도 따라줘야 오를 수 있는 자리다.

그만큼 대우도 일반 직원과는 천양지차다.

바늘구멍을 통과한 임원들은 회사와 새로운 연봉 계약서를 쓰게 된다.

개인별 편차가 있겠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부장→상무→전무→부사장→사장까지 단계적으로 연봉이 2배가량 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래전 어느 임원한테서 들었던 '입사 후 부장까지 받은 전체 연봉을 상무 3년, 상무 3년은 다시 전무 1년으로 갈음할 수 있다'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각 직급의 승진 연차를 고려하면 대략 비슷하다.

임원은 연봉뿐 아니라 자동차, 사무실, 골프 회원권 등 각종 복리후생도 변화가 생긴다.

혜택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에 따른 책임도 뒤따른다. 1~2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계약이 해지 된다. '임시 직원'이라는 말도 있지만, 임원은 여전히 직장인들에게는 이루고 싶은 꿈이다.

그런데, 요즘은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임원 승진을 꺼리는 분위기가 눈에 띈다. 통상 정년이 보장된 공공기관이나 국책연구소 등에서 많이 퍼져 있던 문화다. 직책을 맡아봐야 책임만 따르니, 그냥 조용히 정년 채우는 게 이득이라는 셈법이다.

이런 분위기가 기업들까지 확산한 것이다.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임원보다는 정년을 채우는 게 이득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최근 확산하고 있는 ‘임원 주6일제’ 분위기가 이런 움직임에 쐐기를 박는 것 같다.

삼성, SK에서 시작된 임원 주 6일 근무는 재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1일부터 HD현대오일뱅크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얼마나 더 많은 기업으로 확산할지 모른다.

임원 주6일제는 회사가 사실상 비상 경영을 선포한 것이다. 그만큼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의미다.

기업으로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상징성을 가진 임원들을 통제함으로써 위기 의식을 심어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의도는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도 모르겠다. 단기 처방으로는 효과가 있어 보인다. 몸 사리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그런데, 방향성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일류로 발돋움한, 초일류를 지향하는 우리 기업들이 찾아낸 해법치고는 옹색하다.

예전보다 위상이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기업 내 임원은 실무자가 아니다. 결정하는 자리다. 이런 임원들만 사무실로 불러낸다고 일이 진행될까? 들은 말은 많은데, 다 할 수가 없다.

오히려 임원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더 많은 구성원의 의욕과 회사에 대한 로열티만 꺾을 것 같다.

‘굳이 내 청춘을 갈아 넣어 임원이 돼야 할까?’라는 생각만 키울지 걱정된다.

물론 기업에는 주 6일을 출근해도 임원이 되고 싶은 직원들이 여전히 많을 것이다. 그중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얼마나 남아서 임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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