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가 너무 작은 일 참견 말아야"…덴마크 인류학자의 직격

입력 2024-07-0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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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 데니스 뇌르마르크 "한국 노동 문제, 신뢰 부족서 기인"

"청년들, 가짜 노동으로 시간 낭비했다는 느낌 많이 받아"
"일 다 했으면 집에 가야…생산성-노동시간 비례하지 않아"

▲1일 서울 종로구 달개비에서 열린 '진짜 노동'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덴마크의 인류학자 데니스 뇌르마르크의 모습. (뉴시스)
▲1일 서울 종로구 달개비에서 열린 '진짜 노동'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덴마크의 인류학자 데니스 뇌르마르크의 모습. (뉴시스)

가짜 노동이란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노동이다. 겉으로 보기엔 있어 보이고, 진짜 같아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결과도 도출하지 않는다. 전화로 끝낼 수 있는 일은 전화로 끝내야 한다. 무의미한 미팅이나 긴 보고서 작업 등이 가짜 노동이다.

책 '가짜 노동', '진짜 노동' 등을 출간하며 노동의 본질을 파헤친 덴마크 출신 인류학자 데니스 뇌르마르크가 1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제66회 서울국제도서전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이날 "한국 독자들이 이 책에 많은 관심을 주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에 가짜 노동 문제가 많다는 얘기로 들려서 가슴이 아프다"라며 "현재 노동자층의 주축인 청년들은 이런 가짜 노동을 통해서 시간을 낭비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라고 지적했다. 생산성과 노동 시간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뇌르마르크는 한국 노동 문제의 본질을 '관리자와 노동자 사이의 신뢰 문제'로 봤다. 그는 "한국은 상사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논쟁을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덴마크는 상사에게 직설적으로 얘기하고, 논쟁을 피하지 않으며, 공개적으로 말하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며 소통하는 가운데 신뢰 관계가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덴마크는 관리자와 노동자 사이의 신뢰가 높은 편"이라며 "직원들은 관리자에게 쓸모없는 일들에 대해 비효율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건 회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관리자들은 그걸 깨닫고, 일이 끝났다면 빨리 직원들을 집으로 보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덴마크의 인류학자인 데니스 뇌르마르크가 1일 서울 종로구 달개비에서 열린 '진짜 노동'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덴마크의 인류학자인 데니스 뇌르마르크가 1일 서울 종로구 달개비에서 열린 '진짜 노동'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또 뇌르마르크는 "관리자가 너무 작은 일에 참견하면 안 된다. 세세하게 지적하면 직원들은 상사가 날 신뢰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관리자는 '난 이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널 고용했다'는 마음으로 직원에게 충분한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라며 "모두가 평등하다는 생각은 그런 지침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한국은 노동을 신성하게 여긴다. 이로 인해 부동산ㆍ주식 등으로 돈을 버는 행위, 즉 불로소득에 대한 불신 혹은 반감이 있다. 이에 대해 뇌르마르크는 "나도 불로소득보다는 실제 노동이 중요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덴마크에서도 비슷한 논의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동하지 않는 시간을 통해 다양한 여가 활동을 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게 뇌르마르크의 주장이다.

그는 "한국은 짧은 시간에 경제 성장을 이뤘다. 이제는 조금 여유를 갖고, 노동하는 삶이 아닌 삶 그 자체를 향유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부모님 세대들은 차마 발견하지 못했던 '삶의 향유'를 젊은 세대들이 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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