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 낭보를 전했던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잇단 권리반환 소식에 먹구름이 끼었다. 해당 기업들이 연구개발 성과를 지속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지씨셀, 큐라클, 올릭스, 보로노이 등 다수 바이오기업들이 파트너사로부터 기술 권리를 반환받았다. 자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을 거액에 기술수출했지만, 파트너사가 사업 전략을 변경하거나 경영상 판단으로 연구개발에서 손을 뗀 것이다.
지씨셀은 최근 미국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아티바)와 체결한 키메릭항원수용체 자연살해세포(CAR-NK) 치료제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해지했다. 지씨셀은 2021년 1월 아티바와 MSD를 상대로 18억6600만 달러(2조5788억 원) 규모의 세포치료제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당시 선급금 1500만 달러(약 208억 원)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말 MSD가 계약을 해지하면서 지씨셀과 아티바의 계약도 해지됐다.
올릭스는 지난달 프랑스의 떼아 오픈이노베이션(떼아)으로부터 건성·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후보물질 ‘OLX301A’와 습성 황반변성·망막하섬유화증 치료제 후보물질 ‘OLX301D’에 대한 권리를 반환받았다. 두 후보물질은 2019년과 2020년에 걸쳐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총 규모는 1억6695만 유로(약 2481억 원)였다.
큐라클도 5월 떼아로부터 당뇨병성 황반부종 및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CU06’ 기술이전에 대한 권리반환 의사를 통보받았다. 큐라클은 2021년 10월 아시아지역을 제외한 CU06 판권을 떼아에 넘기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단계별 기술료 1억5750만 달러(2176억 원), 선급금 600만 달러(82억 원)였다.
보로노이는 4월 미국 바이오기업 메티스 테라퓨틱스로부터 고형암 타깃 인산화효소(키나아제) 저해물질 권리를 반환받았다. 해당 물질은 2022년 총 4억8220만 달러(6663억 원), 선급금 170만 달러(24억 원)에 기술수출됐다.
권리반환이 당장 기업에 경영상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기업 한 관계자는 “업계는 대부분 기술수출 계약 시 권리반환에 대비해 반환 의무가 없는 기술료나 선급금 등을 규정하는 항목을 두고 있다. 권리반환이 된다고 해서 현금을 돌려줘야 하거나, 갑작스러운 자금상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환된 기술의 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위축되는 건 사실이다. 실제로 권리반환 공시 후에 지씨셀 주가는 장중 2만770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올릭스 주가도 1만1560원에서 9550원으로 하락했고, 큐라클은 1만2500원에서 8750원으로 하루만에 30%가 급락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권리반환이 해당 후보물질을 더는 개발할 수 없다는 의미로 오해받는 경향이 있는데, 기업들은 권리반환 이후에도 다른 파트너사를 찾거나 자체 연구개발을 진행한다”며 “기술 가치가 확실하다면 더 좋은 조건으로 기술수출에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