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의 성장경험 세계와 나눌 때

입력 2024-07-0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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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민간LNG산업협회 부회장

한국의 중견가구제조업체 포머스 강준기 회장 이야기다. 1989년 대구에 본사를 두고 사무가구회사로 출발하여 전국적인 생산 유통망에 친환경 스마트 가구회사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 만난 강 회장은 동남아 라오스에서 사업 2막을 찾은 듯하다.

몇 년 전 우연히 친구 따라 찾은 라오스에서 우물을 파주면서 현지 라오스인이 좋아하는 모습에 유년기 때인 70년대 우리나라 모습이 떠올랐는지 모른다. 지독하게 가난했던 한국의 농촌을 우물 파는 봉사활동을 통해서 라오스에서 다시 한번 보는 듯했을 것이다.

한국만이 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스토리

강 회장의 라오스 봉사는 학교와 교육분야로 펼쳐졌다. 봉사활동이 좋아서 학교를 고쳐주며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다 보니 라오스에 포머스 현지 쇼룸도 마련되었다. 한국에서 연구개발한 불연소재를 가지고 라오스를 비롯한 동남아에 건축 기자재 수출도 꾀하게 되었다. 강 회장의 포머스는 이제 동남아 진출 전략을 짜게 되었고 나아가 제2의 라오스를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글로벌 시장에서 찾을지 모른다.

우리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진출은 말처럼 그리 녹록지 않다. 말도 안 통하고 현지 사정도 어두운 데다 불편하고 귀찮은 절차나 관행 등에 부딪히다 보면 해외시장 진출 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어렵게 자리 잡은 과정을 겪으면서 굳이 우리보다 더 힘든 개도국 기업 환경에 나서고 싶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편하고 수월해진 해외여행처럼 우리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진출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마치 강 회장이 친구 따라 라오스에 갔듯이.

우리가 해외여행처럼 생각한다면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도 어렵게만 볼 게 아니다. 언어의 장벽이나 현지 비즈니스 문화와 관행 등은 AI 시대에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강 회장의 오늘을 있게 한 ‘포머스’ 정신, 포기하지 않고 머뭇거리지 않고 스스로 잘하는 한국 기업가 정신의 DNA가 글로벌 시장에 통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국을 모르는 나라가 없고 한국적인 것이 글로벌로 통하는 세상을 우리가 피부로 느끼지 않는가. 한국 노래를 따라 부르고 한국 드라마에 울고 웃는 한국문화에 익숙한 글로벌 소비자들이 모두 우리 중소·중견기업에는 시장이며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적인 음악과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접속되듯이 한국의 기업가 정신과 비즈니스 성공 경험을 개도국 등 글로벌시장에서 인정받을 때가 되었다. 이제는 한국 제품과 서비스가 해외시장에서 우리의 기업가와 메이드 인 코리아의 브랜드로 통하는 시대를 맞이하였다.

자기세대에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강 회장의 기업 스토리나 기업가 정신은 우리나라의 대부분 중소·중견기업인의 모습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각에서 보면 이러한 한국의 기업가 정신은 정말 소중한 자산이고 함께 공유할 경험 가치인지 모른다. 특히 동남아나 중남미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새로운 신흥시장벨트로 거듭나는 글로벌 성장축을 대상으로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한국만이 제공해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콘텐츠이며 스토리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의 기업가정신, 中企 글로벌화로

강 회장이 라오스에서 시작한 우물파기, 학교 수리 등은 현지인의 마음을 샀을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가의 ESG 상생경영 정신을 보여준다. 우리가 축적한 기업 경험, 산업 육성의 스토리를 담은 해외 글로벌 진출이야말로 일본의 동남아 진출이나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과는 차별화된 한국만의 콘텐츠와 스토리를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강 회장 같은 멋진 중소·중견기업인들이 이제는 동남아로, 중남미로 더 나아가 아프리카 등으로 한국의 기업가 정신을 펼쳐야 할 것이다. 그래서 현지인의 마음을 사고 새롭게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도모하는 사업의 2막을 펼치기를 기대해 본다.

강 회장이 35년 가까이 키워온 포머스처럼 ‘포’기하지 말고 ‘머’뭇거리지 말고 ‘스’스로 찾아서 비즈니스 기회를 도모하는 한국 기업가 정신을 이제는 세계로 펼쳐나갈 때이다. 앞으로 한국의 기업가 정신이 동남아에서 중남미 그리고 멀리 아프리카 등에서 멋진 한국인의 DNA로 발현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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