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첫 LED TV 시제품 모델인 55LH90이 출시 두 달 만에 시장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판매가 부진했던 데다 LG전자 LED TV 전략 모델인 55LH93, 55LH95가 7월부터 본격적으로 양판점 및 대리점에 풀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출시 때부터 주문판매를 위주로, 일부 백화점 및 대리점에만 전시를 해 놓았을 뿐만 아니라 25일 슬림형 후속 모델이 공식 출시되면서 기존에 전시해 놓았던 대리점에서도 공간 활용을 이유로 매장에서 철수시키고 있다.
LG전자 직영판매점인 LG베스트샵의 한 판매원은 “두께가 얇은 삼성LED TV와 비교되면서 LG를 선호하는 고객들도 (55LH90모델은) 찾지 않는다”면서 “다음 달부터 어제 출시한 후속 모델(55LH93, 55LH95)을 전시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5LH90은 LG전자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내놓은 첫 번째 LED TV모델이었던 것과 동시에 소비자들한테 철저하게 외면 받은 모델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이 모델은 출시 두 달이 지나는 동안 LG전자에서 밝히기 어려울 정도로 미비한 판매에 그쳤다.
LG전자 LCD TV 사업부 권희원 부사장조차 25일 55LH90의 판매 추이를 묻는 질문에 “정확히 말하면 판매물량은 많지 않았다”고 자인했을 정도다.
권 부사장은 “애초에 대응할 때 전략적으로 제대로 된 LED TV는 슬림한 풀LED로 가야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슬림의 팩트를 안 갖고 있다는 표면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그랬다는 것이지 LG전자가 이 모델을 처음 내놓았을 때는 ‘제대로 된 LED TV’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지난 4월 말 55LH90 출시에 맞춰 권 부사장은 “이번에 출시한 LED TV는 LG의 기술력을 대표하는 제품”이라고 소개했었다.
권 부사장은 판매부진의 또 다른 이유로 삼성LED의 효용성 문제를 내세웠다. 권 부사장은 “소자(LED광원)가 유감스럽게도 저희 인하우스에서 구매한 것이 아니고 외부에서 구입한 것인데, 그 소자의 효용성(Availability)이 상당히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55LH90이 시중에 나온 의미는 있었다. 권 부사장은 “의도적으로 시중에 출시는 하지만 주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풀LED의 우수성을 보여주자는 목적으로 활용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55LH90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900여개의 LED광원을 사용한 55LH90이 3360개의 LED광원을 사용한 후속모델 55LH93, 55LH95에 비해 풀LED의 우수성을 보여주기는 어려운데다가, 일찌감치 매장 전시품을 철수하게 돼 고객과 상품의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을 주기도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LG전자는 55LH90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한다는 것이 공식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화질 추구형 고객을 대상으로 55LH90을 계속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LG전자는 LED TV고객군을 ▲프리미엄 추구형 ▲화질 추구형 ▲디자인 추구형의 3가지 유형으로 세분화했다.
간단히 보자면 프리미엄 추구형은 슬림형 직하방식의 LED TV가 소구점이고, 디자인 추구형은 3분기 내에 출시될 슬림형 에지방식 LED TV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리고 화질 추구형 고객을 대상으로 두께가 상대적으로 두껍기는 하지만 직하방식으로 제작한 LED TV, 즉 55LH90모델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다만 LG전자 고위 경영층에서도 “제대로 된 LED TV는 슬림형”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마당에 슬림하지 않은 55LH90모델을 찾을 고객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