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 파리까지 D-24…올림픽 국가대표팀, '기회의 땅'으로 탈바꿈할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4-07-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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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국가대표 송종호가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국가대표 출정식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사격 국가대표 송종호가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국가대표 출정식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7월 26일 개최되는 '2024 파리올림픽' 출전을 목전에 둔 국가대표 선수들이 마지막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파리로 향하는 대표팀 규모는 21종목에서 전체 140여 명.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50명) 이후 최소 규모인데요. 축구를 비롯해 배구, 농구 등 선수단이 많은 구기 종목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3년 전 도쿄올림픽(354명)과 비교해 200명 넘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회는 대한민국 스포츠가 반등할 수 있느냐가 분수령이다.
위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를 기회로 만들겠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 성적을 금메달 5개, 종합 순위 15위권 내로 예상했습니다. 예상치를 밑돈다면 2012년 런던(13개·5위), 2016년 리우(9개·8위), 2020년 도쿄(6개·16위)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크죠.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말 그대로 사활을 걸었는데요. 예상외로 희망을 품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좌측부터) 김제덕, 이우석이 지난달 29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관중 및 소음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좌측부터) 김제덕, 이우석이 지난달 29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관중 및 소음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효자종목 양궁·펜싱 금메달 정조준…태권도 종주국 자존심 세운다

희망의 중심에는 '효자 종목' 양궁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1972년 뮌헨 대회부터 나온 45개의 양궁 금메달 중 절반이 넘는 27개를 한국이 가져왔죠. 양궁대표팀은 이번에도 남녀 개인전, 남녀 단체전, 혼성전 등 5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해내는 걸 목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남자 대표팀에서는 10년 넘게 남자 양궁 최강자로 군림해온 김우진(청주시청)과 도쿄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김제덕(예천군청), 항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 이우석(코오롱)이 출전 채비를 마쳤는데요. 김제덕은 '파리올림픽 D-30 미디어데이' 당시 이번 대회 목표에 대해 남자 단체전 3연패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남자 양궁 단체전은 최초로 3연패를 할 수 있는 기회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꼭 잡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밝혔는데요.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게 되면 개인전에서도 남은 기간 준비를 잘 하면 충분히 목표 이상의 성적 달성이 가능할 것을 자신했죠.

여자 대표팀에서는 항저우에서 37년 만의 양궁 3관왕에 오른 임시현(한국체대)을 필두로 남수현(순천시청), 전훈영(인천시청)이 올림픽 사로에 서게 됩니다. 특히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여자 단체전 우승을 한 번도 놓치지 않은 여자 대표팀은 이 종목 10연패에 도전하죠.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SKT타워 수펙스홀에서 열린 SK텔레콤 후원 국가대표 2024 파리 올림픽 출정식에서 펜싱 국가대표 구본길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펜싱 국가대표 윤지수, 송세라, 구본길, 오상욱.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SKT타워 수펙스홀에서 열린 SK텔레콤 후원 국가대표 2024 파리 올림픽 출정식에서 펜싱 국가대표 구본길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펜싱 국가대표 윤지수, 송세라, 구본길, 오상욱. (연합뉴스)

또 다른 '기대 종목'인 펜싱도 금메달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펜싱은 한국에 금메달 5개, 은메달 3개, 동메달 8개를 안긴 종목인데요. 2000년 이후 플뢰레, 사브르, 에페 등 전 종목에서 고루 금메달이 쏟아져 나오는 금맥으로 자리 잡았죠. 남자 사브르는 주축 오상욱(대전시청),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에 신예 박상원(대전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이 합류해 파리로 향하게 됩니다.

절치부심을 노리는 종목도 있습니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노골드'로 자존심을 구긴 태권도인데요. 태권도 대표팀은 남자 58㎏급 박태준(경희대), 80㎏급 서건우(한국체대), 여자 57㎏급 김유진(울산시체육회), 67㎏ 이상급 이다빈(서울시청)을 필두로 금빛 발차기를 차봅니다.

▲지난달 28일 경북 문경시 국군체육부대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근대5종 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서 최은종 감독(왼쪽부터), 서창완, 전웅태, 성승민, 김선우, 김성진 코치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경북 문경시 국군체육부대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근대5종 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서 최은종 감독(왼쪽부터), 서창완, 전웅태, 성승민, 김선우, 김성진 코치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군만마 근대5종…우상혁도 금빛 점프 뛴다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금 사냥에 동참할 지원군이 도착했습니다. 바로 근대5종입니다. 근대5종은 한 명의 선수가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런(육상+사격)을 모두 하는 종목입니다.

남자부 전웅태(광주광역시청), 서창완(국군체육부대)이 나서고 여자부에선 김선우(경기도청), 성승민(한국체대)이 출전하는데요. 지난달 16일 중국 정저우에서 막을 내린 국제 근대5종연맹(UIPM) 2024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것을 바탕으로 호성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상혁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전 취재진을 향해 엄지를 들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날 우상혁은 파리 올림픽을 대비한 마지막 전지훈련을 하고자 체코로 떠났다. (연합뉴스)
▲우상혁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전 취재진을 향해 엄지를 들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날 우상혁은 파리 올림픽을 대비한 마지막 전지훈련을 하고자 체코로 떠났다. (연합뉴스)

3번째로 올림픽 무대에 나서는 '스마일 점퍼' 우상혁에게도 큰 기대가 모이고 있는데요. 도쿄올림픽에서 2m 35를 뛰어넘고 4위에 올라 한국 육상 트랙&필드 사상 최고 성적을 달성한 우상혁은 이번 대회에서도 현역 최고 점퍼인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을 넘어야 하는데요. 이외에도 장 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 주본 해리스(미국)와 아름다운 경쟁을 펼칠 예정입니다.

▲수영 국가대표 황선우가 지난달 26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4 파리하계올림픽 D-30 미디어데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영 국가대표 황선우가 지난달 26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4 파리하계올림픽 D-30 미디어데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영에 찾아온 '황금세대'…안세영·신유빈·박혜정에 '우먼 파워' 기대

박태환이 은퇴한 뒤 메달 자체가 사라졌던 수영은 2명의 라이징 스타를 배출했는데요. 김우민(강원도청)과 황선우(강원도청)입니다. 올해 도하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인 김우민은 27일 남자 자유형 400m에 참가해 가장 먼저 메달 소식을 전할 가능성이 열려있습니다. 역시 도하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정상에 올랐던 황선우 역시 도쿄 올림픽(5위)과 다른 결과를 자신하고 있죠.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 출전하는 안세영이 지난달 25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모의 경기에서 상대 김가은을 향해 강한 스매싱 공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 출전하는 안세영이 지난달 25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모의 경기에서 상대 김가은을 향해 강한 스매싱 공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과 더불어 '우먼 파워'도 저력을 발휘할 예정입니다.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은 이번 대회 유력한 금메달 후보 중 한 명인데요. 안세영은 지난해 배드민턴 최고 권위 대회인 전영오픈을 제패한 뒤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에 올랐습니다. 올해는 무릎 부상 여파로 기복을 보였음에도 말레이시아 오픈, 프랑스 오픈에 이어 올림픽 전초전 격인 싱가포르 오픈에서 우승하는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탁구 대표팀은 올림픽 남녀 단체전과 혼합복식에서 메달 3개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는 가운데,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평창 아시아선수권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낸 신유빈(대한항공)-임종훈(한국거래소) 조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87㎏ 이상급에서 금메달을 땄던 '포스트 장미란' 박혜정(고양시청)도 첫 올림픽인 파리 대회에서 두 번째 메이저 금메달에 도전합니다.

▲그레이스노트의 2024 파리 올림픽 D-30일 메달 예상. (출처=그레이스노트 홈페이지 캡처)
▲그레이스노트의 2024 파리 올림픽 D-30일 메달 예상. (출처=그레이스노트 홈페이지 캡처)

'브레이킹' 홍텐, 기계체조·골프도 복병…美 업체 한국 성적 상향 조정

이외에도 복병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선 이번 파리 대회에서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인데요. 한국 비보이의 전설 '홍텐' 김홍열(도봉구청)이 나섭니다.

기계 체조 역시 3년 전 도쿄 올림픽 남자 마루운동에서 아깝게 4위에 그친 류성현(한국체대)과 8위에 머물렀던 김한솔(서울시청)이 재차 도전장을 내밉니다. 도쿄 올림픽 여자 도마 결승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여자 기계체조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여서정도 이번에는 대표팀 주장으로 생애 두 번째 올림픽에 도전하죠.

골프 종목에서도 여자부 고진영과 김효주, 양희영, 남자부 김주형과 안병훈 등 총 5명으로 구성돼 금빛 퍼팅에 나설 예정입니다.

우려와는 달리 들여다보면 볼수록 '강자'들로 포진된 이번 국가대표팀인데요. 예상외로 탄탄한 라인업에 미국의 한 데이터 분석 업체는 한국의 성적을 종합 10위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미국 닐슨 산하 데이터 분석 업체인 그레이스노트는 한국은 금메달 8개, 은메달 5개, 동메달 16개를 수확해 종합 10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죠.

이 같은 반응에 장재근 선수촌장은 아래와 같이 자신했습니다.

선수들과 매일 뒹굴며 호흡하다 보니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메달권으로 거론되는 선수들 외에도 메달 획득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이 있다.
스포츠는 끝날 때까지 봐야 한다.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위기를 맞이한 한국체육이 파리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펼칠 수 있을까요. 이목이 쏠리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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