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출산·결혼 편견부터 깨야 한다

입력 2024-07-0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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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세 단국대 무역학과 교수

국가소멸 위기에도 혼외출생 편견
佛, 동거인 법적 보장 출산율 높여
시민결합 세계적 흐름 받아들여야

정부가 작년 3월 저출산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6월 19일에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각 부처의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도 빠르면 연내 신설될 예정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0.72 명을 기록했다. 이는 OECD 평균 출산율 1.58명(2021년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은 원인은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요인 등 복합적이다. 먼저, 경제적 요인으로 주거 불안과 고용불안, 그리고 교육비 부담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첫 자녀 출산을 결정하는 데 주택가격의 기여도가 30%에 달한다. 취업시장의 이중구조도 문제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면서 대기업으로의 전직 욕구가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원인이기도 하다.

문화, 사회적인 요인으로는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긴 노동시간과 거부하기 어려운 회식문화, 그리고 젠더갈등, 남성의 인터넷 게임문화, 낮은 남성의 가사 참여도, 출산 후 여성의 경력 단절 등을 들 수 있다. 이 문제들은 수도권 집중 문제와 함께 출산과 결혼을 늦추거나 포기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자주 거론되지 않는 중요한 저출산 원인 중의 하나는 혼외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문제이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혼외 출생률은 2.5%이다. 이는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칠레와 멕시코는 혼외 출생률이 70%가 넘고, 프랑스는 64%, 노르웨이·스웨덴·네덜란드는 50%대다. OECD 회원국 평균도 41.9%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제도 밖에서 출산하면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려우며, 사회적 거부감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다. 2021년 ‘다양한 가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미혼부·모 가족의 자녀’를 본인이나 자녀의 결혼 상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람은 59.5%에 불과했다. ‘비혼 동거 가족의 자녀’에 대한 태도는 더 부정적이어서, 본인이나 자식의 결혼 상대로 이들을 받아들인다는 사람은 45.5%였다. 인구의 반 이상이 비혼 동거 가족의 자녀를 본인이나 자식의 결혼 상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에 반해, 세계 각국은 ‘시민결합’ 제도를 통해서 자유로운 동거 형태를 인정하고 출산율을 높여왔다. 가족구성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반영할 수 있는 시민결합은 이미 세계적 흐름이다. 혼인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평등하게 대하는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높아지는 효과도 나타났다. 스웨덴의 ‘가족법’, 프랑스의 ‘팍스’, 영국의 ‘시민동반자법’ 등은 법적으로 혼인하지 않은 이성 또는 동성 파트너의 법적 권리를 혼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보장한다.

프랑스가 1999년 도입한 팍스(PACS·Pacte civil de solidarite)는 생활 동반자 관계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프랑스는 팍스를 통해 동거 관계의 법적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고 결혼과 이혼에 드는 비용을 줄여 절차를 간소화했다. 이 법이 발효된 이후 프랑스의 비혼 출산율은 1998년 41.7%에서 2012년 56.7%로 증가했고 2020년에는 62.2%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현재 프랑스의 전체 출산율은 2.0명에 가깝다.

우리 사회도 출산과 결혼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서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고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한 교육 및 홍보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저출산 해결을 위해 기본적으로 다음의 네 가지 분야에서의 대책이 보완되어야 한다.

첫째, 국가에서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양질의 공공 임대주택을 건설해 신혼부부에게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주거 안정성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 둘째, 장기적으로 수도권에 지나치게 집중된 교육, 의료, 복지, 일자리 등을 지방으로 이전해서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셋째, 외국인 가사도우미·간병인 등의 국내 도입을 개방하여 육아 및 돌봄서비스 비용을 낮추어야 한다. 넷째, 결혼 및 출산 가정에 대해서는 다양한 세제 혜택으로 세금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결혼한 부부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감면해 주고, 아이를 낳은 가정에는 세금 추가감면을 통해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 또한, 영유아에 대한 의료비의 일정 비율을 국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책적,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통해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주어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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