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덩크슛이 하고 싶습니다”...일본, 키 170cm가 305cm 골대에 닿기까지

입력 2024-07-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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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열풍에 덩크슛 꿈꾸는 덩크맨 확산
스마트폰 앱 통한 온라인 강좌로 꿈 이뤄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국내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데 이어 이 영화 개봉을 기념해 나온 만화 ‘슬램덩크 챔프’는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출처 뉴시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국내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데 이어 이 영화 개봉을 기념해 나온 만화 ‘슬램덩크 챔프’는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출처 뉴시스

농구로 무언가를 이루고 싶었어요

농구 골대 높이는 305cm. 보통의 점프로는 도달할 수 없는 높이에 키 170cm 남성이 ‘덩크슛’에 도전한다. 덩크슛은 농구에서 공을 가진 채로 높이 떠올라 그대로 골대에 넣는 슛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덩크슛을 꿈꾸는 사람들을 ‘덩크맨’이라고 지칭하며, 이들이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한 온라인 강좌로 덩크슛에 성공하는 과정을 생생히 전했다.

일본에서는 ‘농구’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만화 슬램덩크가 그 주역이다. 농구에서 가장 강력한 덩크슛을 의미하는 ‘슬램덩크’는 1990년대를 휩쓴 농구 만화로 일본에서 1억 부 이상 팔렸다. 최근 슬램덩크가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나와 크게 히트를 치면서 농구 신드롬이 다시 들이닥쳤다. 그만큼 만화 속 덩크슛을 꿈꾸는 ‘덩크맨’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닛케이의 설명이다.

슬램덩크를 읽던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다

닛케이 인터뷰에 응한 데이터 과학자인 도다카 쥰페이가 말했다. 그는 초·중·고·대학에서 농구를 할 정도로 애정이 많았지만, 190cm의 동료도 덩크슛을 못하는 것을 보고 쉽게 꿈꾸지 못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쌓인 꿈은 응어리가 됐고, 이제라도 덩크슛에 도전하기로 했다고 닛케이에 전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덩크슛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지금밖에 없다고 판단해 지난해부터 훈련에 돌입했다. 그의 나이 28세다.

도다카의 키는 170cm다. 처음에는 독학으로 연습했지만, 목표에 가까워지는 느낌은 없었다. 그러다 점프력 강화에 특화된 미국 서비스 ‘THP 스트렝스(THP Strength)’를 발견했다. 헬스 기구 브랜드에서 출시한 이 프로그램에서는 코치가 맞춤 트레이닝으로 6개월 안에 수직 점프 높이를 3인치(7.62cm) 늘릴 수 있게 도와준다. 실패 시 돈을 받지 않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홍보는 효과적이었다. 전 세계에서 덩크슛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의 소셜미디어에는 스페인어와 히브리어를 구사하는 사람까지 있다고 닛케이가 전했다.

▲국제농구연맹(FIBA)에서 규정한 농구공 규격은 둘레 29cm, 무게 600g 이상이다. 출처 뉴시스
▲국제농구연맹(FIBA)에서 규정한 농구공 규격은 둘레 29cm, 무게 600g 이상이다. 출처 뉴시스
시차로 인해 온라인 트레이닝은 새벽 5시경에 이루어진다. 도다카는 매일 퇴근 후 2시간 정도 헬스장이나 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자신의 연습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 피드백을 받는다. 도타카는 반년 정도 지나면서 체력이 점점 향상되는 것을 느꼈다고 닛케이에 말했다. 40kg으로 시작한 스쿼트가 120kg으로 늘어났고, 점프는 10cm 이상 늘었다. 덩크슛에도 가까워졌다. 일본 100엔숍에서 산 작은 고무공으로 시작해 지금은 작은 농구공으로도 덩크슛을 할 수 있게 됐다.

꿈에 그리던 덩크슛에 가까워지는 과정은 일과 삶의 활력소가 된다. 그는 “덩크슛에 성공했다고 해서 상을 받는 것도 아니고, 돈으로 환산되는 것도 아니지만, 어제의 나보다 더 높이 뛸 수 있으면 기쁘다”면서 “자기효능감이 높아져 모든 일에 긍정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다카가 THP에 낸 금액은 반년 동안 50만 엔(약 430만 원) 정도다. 결코 싼 금액은 아니지만, 도타카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낸 것이니 의미가 있었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손가락 하나 정도의 높이로 점프가 더 늘면 일반 농구공으로도 덩크슛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반년 안에 도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상대적으로 작은 키에도 305cm의 골대에 닿는 ‘덩크맨’들은 도다카 뿐이 아니다. 도다카는 자신의 롤모델로 일본 프로농구 B 리그의 레반가 홋카이도팀에 소속된 다카하시 유키 선수를 꼽았다. 그는 169cm의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덩크슛이 주특기다. 다카하시 선수는 “키가 작아도 덩크슛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겠다”는 생각에 덩크슛 트레이닝 서비스 ‘에어코(AirKo)’를 시작했다. 앱에서 다카하시와 피드백을 나누며 근력을 기를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의 이용자는 누적 약 1000명에 달한다.

“덩크슛은 정말 어렵기 때문에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이 더 크다” 트램펄린의 도움을 받아 덩크슛을 연습하는 또 다른 덩크맨 사이다 타이키가 이렇게 말했다. 사이다의 키 또한 165cm다. 닛케이는 사이다가 평균 남성 점프인 50cm보다 더 높은 1m 이상 뛸 때면, 주변에서 “힘내! 할 수 있어”라는 응원이 빗발친다고 전했다. 이어 신체적 조건과 상관없이 덩크슛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영웅 같다’고 묘사하며, 덩크맨들의 꿈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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