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행’ 최저임금委, 소상공인 고통 외면 말아야

입력 2024-07-05 05:00 수정 2024-07-0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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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을 의결할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어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 사용자위원 9명이 전원 불참했다. 앞서 2일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표결로 결정한 7차 회의 때 일부 근로자위원이 표결을 막겠다고 위원장 의사봉을 뺏고 투표용지를 찢는 등 행패를 부린 것이 집단 보이콧을 불렀다.

7차 회의 투표 결과는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여서 업종별 차등 적용은 부결됐다. 고용주가 감당할 수 있든 없든 내년에도 모든 업종이 같은 최저임금을 적용받는다. 폐업·경영 위기를 호소하는 절박한 목소리는 또 묻혀 버렸다. 노동계는 쾌재를 부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제·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현안을 심의하는 합의제 기구에서 폭력을 불사하며 강압적 분위기를 빚은 것은 기존 의사결정 구조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자해행위에 가깝다. 딱한 일이다.

발등의 불은 내년도 최저임금 액수 협상이다. 사용자위원이 복귀하면 노사 양측은 다음 주 9차 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고 공익위원들과 함께 본격 줄다리기를 벌인다. 올해 최저임금위는 역대 최악의 늑장 심의로 물의를 빚은 지난해보다 더 느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법정 심의 기한은 이미 지난달에 만료됐다. 내년 최저임금 법정 고시 시한인 다음 달 5일을 준수하기 위한 행정 절차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15일 전후에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하지만 낙관은 어렵다.

회의 구성원들은 소속에 관계없이 경제 상황에 맞게 최저임금 수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잘못 다루면 사회적 숙환이 되게 마련이다. 최저임금을 6470원(2017년)에서 9160원(2022년)으로 41.5% 급등시킨 전임 문재인 정부의 폭주가 다시 없는 반면교사다. 수많은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범법자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숙박·음식점업의 최저임금 미만 비율은 37.3%로 1년 전보다 6.1%포인트(p) 상승했다.

일자리도 줄어든다. 소상공인연합회가 1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최저임금 인상 시 응답자(복수응답)의 59%가 신규 채용을 축소하겠다고 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자영업자 500명 대상 조사에선 48%의 응답자가 ‘현재도 고용 여력이 없다’고 했다. 최저임금 압박이 배가되면 어찌 되겠나.

의사결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들여다볼 이유가 차고 넘친다. 최저임금제 시행 첫해인 1988년부터 노사 갈등만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합의 형식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은 7회에 그친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노사를 한 자리에 모아놓고 한정된 시일 내에 합의점을 찾으라고 주문하는 것부터가 비현실적이다. 현행 구조에 크게 손을 댈 수 없다면 적어도 양대 노총 위주로 구성되는 근로자위원 자리를 청년·비정규직 등에게도 개방해 대표성 문제라도 해결해야 한다. 더 나은 대안도 없지는 않다. 정부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대안이다. 프랑스 등이 이렇게 하고 있다. 매년 최저임금을 정하는 결정방식에 대한 비판적 검토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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