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의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합병증 관리가 필수다. 환자들은 고혈당 자체보다 고혈당에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합병증으로 생활에 큰 타격을 입는다. 특히 이른바 ‘당뇨발’로 알려진 당뇨병성 족부질환이 있는 환자는 작은 상처만 입어도 궤양, 괴사로 악화할 위험이 높고 심한 경우 다리 절단이 필요한 상태에 이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은 ‘혈관 합병증’이다. 피가 끈적해지면서 몸의 말초 조직까지 원활히 순환되지 않아 발생한다. 눈, 콩팥 등 작은 혈관부터 심장, 뇌 등 큰 혈관까지 인체 모든 혈관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이 중에서도 다리 동맥혈관이 막히면 당뇨발이 생긴다. 발가락 끝이 검게 변하거나 발의 가벼운 상처도 쉽게 낫지 않고, 궤양이 발생하게 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의 15~25%가 일생 동안 한 번 이상의 발 궤양을 앓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 중에서도 절반은 감염에 의한 합병증을 경험한다. 중등도 이상으로 감염이 동반된 환자들의 약 20%는 발의 일부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게 된다. 당뇨병으로 인한 발 궤양은 재발이 쉬워 1년 내 약 40%의 환자에서 재발한다. 5년 내에는 약 65%의 환자에서 재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뇨발의 주요 증상은 이상 감각, 궤양, 괴사 등이다. 당뇨병을 장기간 앓은 환자는 신경 손상으로 통증과 온도 변화에 둔감해 상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방치하기 쉽다. 또한, 말초혈관 장애로 상처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회복이 더디다. 단순히 날카로운 물건에 베이거나, 뾰족한 것에 찔리는 수준의 상처도 치명적일 수 있다. 발톱을 잘못 깎아도 염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세균 번식이 쉬워 상처 예방과 위행 관리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발을 보호하기 위해 양말을 신고, 샌들이나 슬리퍼처럼 피부가 많이 노출되는 신발보다는 막힌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도 실내화나 슬리퍼를 착용하면 도움이 된다. 발을 씻은 후에는 발가락 사이까지 충분히 건조해 위생을 유지한다.
발에 상처가 생겼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상처가 심해져 궤양까지 진행됐다면 죽은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 전에는 혈관의 상태를 파악해 막힌 혈관이 있으면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혈관 상태가 좋지 않으면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오히려 더 썩어들어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뇨발 치료의 가장 큰 목표는 절단 수술을 피하는 것이다. 경민규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혈액 순환 상태, 혈당 조절, 신경통 등의 관리와 감염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형외과는 물론 내과, 혈관외과, 영상의학과 등의 다학제적 치료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경 교수는 “발목 이상 부위에서 절단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환자들은 이미 활동에 제약이 많아 침상 생활 중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절단까지 하게 되면 폐렴이나 욕창 등 다른 합병증이 생기기 쉽고, 결국 반대쪽 다리까지 잃게 될 확률이 높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