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연판장 취소 말고 그냥 하라”
羅 “무책임한 아마추어” 元 “사과하라”
‘읽씹’ 논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
주말 사이 여권에서는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총선 당시 김건희 여사의 문자 ‘읽씹’(읽고 무시)했다는 논란이 커지면서 ‘제2의 연판장’ 사태 움직임까지 일었다고 알려졌다. 한 후보는 “연판장 구태를 극복하겠다”며 정면 돌파를 택했지만, 2주 남짓 남은 전당대회의 화두로 떠오른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는 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선거관리위원을 포함한 일부 정치인들이 제가 사적 통로가 아니라 공적으로 사과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연판장을 돌려 오늘 오후 후보 사퇴 요구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며 “예스냐 노냐 묻는 협박성 전화도 돌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 이유로 윤리위를 통해 저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얘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이에 대해 “여론 나쁘다고 놀라서 연판장 취소하지 마시고 지난번처럼 그냥 하기 바란다”며 “국민과 당원 동지들께서 똑똑히 보시게 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연판장 구태를 극복하겠다. 당원 동지들과 국민과 함께 변화하겠다”고 했다.
해당 논란은 1월 19일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후보가 김 여사에게서 ‘명품 가방 수수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문자를 받았으나 이에 답장하지 않았다는 4일 언론 보도에서 시작됐다. 일부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로부터 “한 후보가 김 여사의 사과 연락을 무시해 총선에서 패배했다”는 비판이 일었고, 한 후보는 6일 SBS 유튜브 채널 ‘스토브리그’에 나와 “공적인 의사소통과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사적인 방식으로 관여하려는 대화가 이뤄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6일 국민의힘 일부 원외 인사들 사이에서 한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여권에서는 ‘제2의 연판장 사태’ 우려가 나왔다. 김종혁 원외 당협위원장 협의회장은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모 후보와 가까운 분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내일 오후 3시에 한동훈 사퇴하라는 기자회견을 할 건데 ’회견장에 참가한다‘, ’이름만 올린다‘, ’다 안 한다‘ 중 선택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라며 “도대체 이분들은 누구의 사주를 받고 이런 짓 하고 계신 거냐”고 비판했다.
이른바 ‘연판장 사태’는 지난 3·8 전당대회 당시 친윤(친윤석열)계 초선 의원들이 나경원 후보의 당 대표 출마를 저지했던 것을 말하며, 이는 여권의 ‘아킬레스건’으로 통한다. 한 후보 등을 비롯해 여권 일각에서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한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다른 당권주자들은 기세를 몰아 한 후보를 비판했다. 나 후보는 “어설프게 공식-비공식 따지다 우리 당원과 국민, 총선 후보가 그토록 바랐던 김건희 여사 사과의 기회마저 날린 무책임한 아마추어”라며 비난했다. 원희룡 원팀캠프 공보단은 “한동훈 후보의 독단적 의사결정, 해당 행위 때문에 안타깝게 패배한 격전지 후보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한 후보의 ‘문자 읽씹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전 의원은 6일 CBS 라디오 ‘이철희의 주말 뉴스쇼’에 나와 “한 위원장 쪽에서 그걸 흘렸을 리 없다. 용산 쪽에서 그런 것 같은데 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국정개입 국정농단으로 번질 수도 있다”며 “윤석열 정권이 분화에서 분열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문자 파동에 이어 ‘한동훈 흔들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어떻게든 결선 구도를 만들어내려고 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