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주님만이 물러나게 할 수 있어”…사퇴 요구는 한층 거세져

입력 2024-07-07 15:04 수정 2024-07-0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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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22분 무편집 인터뷰 등 고령 논란 정면돌파 시도
당내 사퇴 요구 목소리 이어져
하원서 5명 의원 공개 사퇴 요구
넷플릭스 공동창업자 등 큰손 지지자들도 등돌려
오히려 트럼프와의 격차 좁혀졌다는 여론조사 나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매디슨의 셔먼중학교 체육관에서 대통령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매디슨(미국)/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매디슨의 셔먼중학교 체육관에서 대통령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매디슨(미국)/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통령 선거 후보 사퇴 여부를 놓고 민주당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경선 사퇴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지만, 사퇴 요구가 한층 거세지는 모양새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대선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주도 매디슨의 셔먼중학교 체육관에서 유세한 뒤 ABC 방송과 22분간 무(無)편집 인터뷰를 했다. 사실상 당내 사퇴 요구의 단초가 된 참담한 TV토론 이후 정면돌파를 시도한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와 관련해 “전능하신 주님(the Lord Almighty)이 강림하셔서 ‘경주에서 물러나라’ 하시면 그렇게 하겠다. (하지만) 이런 가정에서는, 주님은 강림하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력과 건강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나는 매일 (업무로) 인지 테스트를 받고 있다”면서 테스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 논란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7일 펜실베이니아 유세에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9~11일) 이후 네바다주 유세 등 강행군을 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언론들은 이번 ABC 인터뷰를 비롯한 바이든 대통령의 정면돌파 시도 효과가 미미했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인터뷰도 지난주 TV토론 참사에 좌절하고 당황한 민주당 동료들을 안심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회의론자들이 이번 22분가량의 ABC 인터뷰로 마음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선거 유세를 위해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을 방문한 가운데 한 시위자가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매디슨(미국)/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선거 유세를 위해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을 방문한 가운데 한 시위자가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매디슨(미국)/로이터연합뉴스
실제로 해당 인터뷰가 공개된 이후에도 공개 퇴진 요구 물결은 이어졌다. 하원에서는 이날 앤지 크레이그 의원(미네소타)이 성명을 내고 “나는 바이든 대통령이 효과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면서 도널드 트럼프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면서 후보직 사퇴를 공개 요구했다.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213명 중 세스 몰튼(매사추세츠)와 마이크 퀴글리(일리노이) 등을 포함해 5명이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한 상태다. 일부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는 2개의 서한을 회람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에서도 민주당 소속 마크 워너 의원(버지니아)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기 위해 당내 의원 의견을 모으고 있다. 모라 힐리 매사추세츠주지사는 전날 민주당 소속인 주지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바이든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의 고액 선거자금 기부자들도 속속 이탈하기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LA) 개발업자이자 전 LA 시장선거 후보인 릭 카루소는 이날 한 인터뷰에서 “좀 더 확신이 들 때까지 바이든 대통령 재선 지원을 일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 바이든 대통령을 위한 수백만 달러의 선거자금 모금행사를 공동 주최한 인물이다. 민주당의 ‘큰 손 ’지지자로 통하는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창업자와 월트디즈니 창업주 가문의 상속녀인 애비게일 디즈니도 대선 후보 교체를 주장하고 나섰다.

문제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 여러 인물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인지도나 영향력 측면에서 상대편인 트럼프를 대적할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TV토론 뒤 여러 차례 확인된 바이든 대통령의 하락세와는 달리 경합주들에서 격차가 좁혀졌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모닝컨설트와 함께 1~5일 7개 경합주(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에서 유권자 490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가상 대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 바이든 대통령은 45%의 지지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작은 격차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모닝컨설트는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에 대한 우려가 소폭 늘어났음을 보여주긴 하지만,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표명한 심각한 수준만큼은 아니다”면서 “이미 대부분 유권자 마음속에 고령 문제가 각인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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