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제약바이오=안보’의 시대

입력 2024-07-08 06:00 수정 2024-07-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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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이다.”, “안보 관점에서 산업 위상이 올라간 것 아니겠나?”, “규제 개선 등 산업 육성·지원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지난달 초 정부 고위급 관계자들이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 ‘바이오USA’ 한국관을 방문한 것에 대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국가안보실 3차장과 첨단바이오비서관, 경제안보비서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와 국내 기업이 모인 한국관을 찾았다.

당시 대통령실은 한국과 미국, 일본, 인도, 유럽연합(EU)이 민·관합동 ‘바이오제약연합’ 발족을 알렸다. 5개국이 뭉친 바이오제약연합의 핵심 의제는 ‘바이오제약 공급망 안정, 회복, 다변화, 장벽해소’ 등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의약품 원료 공급과 원료의약품 생산 등 글로벌 공급망에서 큰 축을 차지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 의도가 다분하다고 평가한다.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팬데믹)을 통해 모든 국가는 ‘보건 안보’의 중요성을 새삼 각인했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백신과 치료제, 해열제와 항생제 등 의약품은 물론 진단검사 키트와 마스크 부족 사태를 겪으며 ‘제약바이오산업=안보’라는 인식이 강화됐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이 새로운 무기(武器) 될 수 있어서다.

안보 관점에서 제약바이오산업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술패권에 이어 세계 각국은 ‘바이오패권’ 전쟁에 팔을 걷었다. 미국은 2022년, 유럽은 올해 3월 ‘생명공학 및 바이오제도 이니셔티브’를 통해 자국 바이오경제 발전과 자국 내 생산기반 강화를 선언했다. 중국도 2022년 ‘14차 5개년 바이오경제 발전 계획’을 공표했다.

우리 정부도 원료의약품 개발·생산과 의약품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어 긍정적이다. 바이오USA 현장에서 왕윤종 국가안보실 제3차장은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바이오를 안보 개념으로 보지 않았지만, 이제부터 보건 안보 측면으로 볼 필요가 있어 정책적으로 고민해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올해 1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으로 ‘혁신형 신약·혁신형 개량신약의 원료의약품 개발·제조’에 대한 세제 지원 내용을 포함시켰다.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가 2022년 기준 11.9%에 불과한 상황에서 세제 혜택 정책이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 활성화 촉진제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또 지난달 27일엔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 안정화법)’이 시행됐다. 경제안보 측면에서 의약품 공급망 위험의 예방, 위기 발생 시 범정부적 대응체계 신속 가동, 해당 기업에 대한 지원 등을 담았다. 보건안보 관점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바이오패권 전쟁 시대에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조 단위 기술이전과 해외 진출 등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바이오USA 한국관의 소재·부품·장비 전시관 방문객은 3000명에 상담은 400여 건에 달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제약바이오산업 연구개발 투자는 아쉬움이 크다. 우리나라 3개 관련 부처의 2024년 바이오 R&D예산은 1조5910억 원으로 전년(1조5085억 원)대비 5.5% 증가한 수치다.

물론 정부도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 K-바이오·백신펀드 조성,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가동 등 산업 육성에 힘을 내고 있다.

다만 제약바이오=안보라는 관점에서 제약바이오산업계가 원하는 혁신신약 가치 인정, 산업계와의 다양한 소통, 연구개발 예산 대폭 확대 등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다양한 육성 방안이 있도록 정책의 문을 더 활짝 열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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