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에 LG엔솔도 휘청…끝없는 배터리 한파 [종합]

입력 2024-07-0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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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2분기 잠정 영업익 1953억 원
전년동기대비 57.6% 감소…AMPC 제외시 적자

전기차 캐즘 속 길어지는 'K-배터리' 한파
"제품군 다각화·투자 속도 조절"

(출처=LG에너지솔루션)
(출처=LG에너지솔루션)

국내 배터리 업계에 불어닥친 한파가 길어지고 있다. 주력 시장인 북미·유럽의 전기차 수요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부정적 래깅효과(원재료 투입 시차)가 겹치며 실적 부진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배터리 업계는 제품군을 다각화하고 투자 속도를 조절하며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잠정 실적을 발표하고 매출 6조1619억 원, 영업이익 1953억 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29.8%, 영업이익은 57.6% 각각 감소했다.

이번 분기에 받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규모는 4478억 원이다. 주요 고객사의 신차 출시 효과와 제너럴모터스(GM) 합작 2공장의 본격적 양산으로 물량이 확대되며 1분기보다 약 137% 증가했다.

그러나, AMPC를 제외하면 사실상 2525억 원 적자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메탈 가격 하락에 따른 원재료 가격 투입 시차 영향과 가동률 약세 지속에 따른 고정비 부담의 영향으로 IRA 세제 혜택을 제외한 영업손실은 전 분기 대비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와 SK온도 전기차 캐즘의 직격탄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예상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48% 하락한 3805억 원이다.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과 북미 고객사인 리비안의 판매 부진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SK온도 2분기 3000억 원대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SK온은 올해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흑자 전환 목표 시점을 하반기로 제시했지만,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2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금으로 인한 재무 부담도 크다.

▲삼성SDI가 기존 '삼성 배터리 박스(Samsung Battery Box·SBB)'보다 개선된 'SBB 1.5'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SDI)
▲삼성SDI가 기존 '삼성 배터리 박스(Samsung Battery Box·SBB)'보다 개선된 'SBB 1.5'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SDI)

국내 배터리 업계는 위기 극복을 위해 수익성 확보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일 르노의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파우치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주에 성공하며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LFP 시장에 균열을 냈다. SK온도 2026년 양산을 목표로 LFP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최근 삼성SDI는 미국 전력 기업인 넥스트에라에너지와 ESS용 배터리 장기 공급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약 1조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의 ESS용 LFP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 글로벌 공장의 일부 전기차 라인을 ESS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ESS 시장은 단기적으로 수요가 주춤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과 달리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라인 전환을 통해 수요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재 운영 중인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고정비 부담도 낮추는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4' 현장 (사진제공=한국배터리산업협회)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4' 현장 (사진제공=한국배터리산업협회)

보릿고개를 지나는 ‘K-배터리’가 하반기 이후 실적 회복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대규모 수주 효과에 더해 주력 고객사의 신차 출시가 본격화하면서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3분기 728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본다. 분기 기준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지난해 3분기(7312억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아 EV3, GM 캐딜락 리릭 등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삼성SDI도 하반기 스텔란티스·폭스바겐 등의 신차 출시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향 비중이 높아 수요 부진 시기에도 경쟁사 대비 실적 안정성이 돋보인다”며 “보수적인 투자 계획으로 증설 지연과 축소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비상 경영을 선언한 SK온은 연내 미국 조지아 2공장을 현대차 라인으로 전환하고, 중국 옌천 공장과 헝가리 3공장 가동을 시작하며 흑자 전환을 꾀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2027년까지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생산능력 확충이 계속되고,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진행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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