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채상병특검법 거부권 행사 "정치적 악용 없어야"...취임 후 15번째[종합]

입력 2024-07-09 15:02 수정 2024-07-0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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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취임 후 15번째 거부권 행사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오늘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순직 해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며 "어제 발표된 경찰 수사 결과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 소재가 밝혀진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순직 해병 특검법은 이제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나라의 부름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해병의 안타까운 순직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악용하는 일도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며 "다시 한번 순직 해병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논의ㆍ의결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21대 국회에서 의결된 순직해병특검법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한 바 있다"며 "여야 간 합의 또는 정부의 수용을 전제로 보충적, 예외적으로 도입돼야 할 특검이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됐고 내용으로도 삼권분립의 원칙에 맞지 않으며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 총리는 "해당 법률안은 국회 재의결 결과, 부결돼 폐기된 게 불과 37일 전 일"이라며 "해당 법안을 국회가 재추진한다면 여야 간 협의를 통해 문제가 제기된 사항을 수정,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과 의회주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작년 7월 해병대 채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사건에 대해 경찰 이첩 과정 및 대통령실·국방부의 개입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5월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뒤 같은 달 28일 재표결 끝에 최종 폐기됐다. 그러나 지난 4일 22대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다시 가결돼 국회 문턱을 넘었고, 지난 7일 정부로 이송됐다.

이번 거부권은 국회 통과 5일, 정부 이송 2일 만에 이뤄졌다. 당초 정치권 안팎에선 거부권 행사 시한이 정부 이송 이후 15일 이내인 점과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고려할 때 이달 중순께 거부권 행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

윤 대통령이 순방지에서 전자결재 방식까지 택하며 거부권을 조기에 행사한 건 '특검법의 위헌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22대 국회에서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은 특검 추천 권한을 조국혁신당 등 비교섭단체로 확대하는 등 야권의 특검 추천 권한을 더욱 키웠다. 야당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전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재의요구와 관련해 신중하게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여당에서도 요구했고, 위헌성이 더 강화된 특검법이 넘어왔기 때문에 재의요구를 결정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기 행사를 예고했다.

전날 경북 경찰청이 업무상과실치사,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을 불송치 결정한 것 역시 거부권 결정이 서둘러 이뤄진 요인으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경찰이 밝힌 실체적 진실이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과는 많이 다르다는 게 드러났다고 본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조속히 마무리해 사실관계를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채상병 특검법을 다시 국회로 돌려보내면서 윤 대통령이 국회에 법률안 재의를 요구한 건 지금까지 8번째다. 법안 수로는 15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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