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긴 아파트 하자소송에 멍드는 입주민들…내부 분란으로 번져

입력 2024-07-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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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와 하자소송을 벌이고 있는 경기도 김포 소재 한 아파트에서 외벽 균열과 마감재 일부가 낙하하는 하자가 발견됐다. (사진=독자 제공)
▲시공사와 하자소송을 벌이고 있는 경기도 김포 소재 한 아파트에서 외벽 균열과 마감재 일부가 낙하하는 하자가 발견됐다. (사진=독자 제공)

아파트 하자보수금을 받기 위해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는 가운데 소송을 진행하는 단지들이 내부 분란에 휩싸이는 경우도 늘고 있다. 법적분쟁이 1년 이상 지나 장기화되면서, 하자 발생에 재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입주민들도 함께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김포시 소재 한 아파트는 시공사 현대건설을 상대로 1년 넘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곳은 2020년 8월 입주한 약 1500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다. 이곳 입주자대표회의는 2023년 3월 시공사를 상대로 하자보수금 등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단지는 입주가 이뤄지면서 입주자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당시 거실 천장 안쪽에서 쓰레기가 발견되는가 하면, 누수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수는 지하주차장, 기계실, 가구 내 주거공간에서도 발생했다. 하자가 발생한 뒤 소송을 벌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입주자대표회의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소송에 나섰다.

하지만 현재까지 1심 결과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소송 기간만 무려 1년 3개월이 소요됐다. 입주 이후로부터 기간을 따져보면 시공사와의 갈등이 3년 11개월 간 지속된 것이다.

분쟁이 장기화 하는 사이 새로운 하자가 발생하면서, 갈등은 입주민 간 불화로 전이됐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아파트 외벽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마감재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하자가 추가로 발견됐다. 또한 지하주차장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6월 17일 시공사에 공문을 보내 "외벽 마감재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안전을 위해 조속한 조치를 요청한다"며 "안전과 인명사고가 날지도 모르니 빠른 보수일정을 회신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일부 입주민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한 입주민은 "벽체에 하자가 발생하면서 위험을 느끼고 있다"며 "미리 관리가 됐다면 없었을 사건이 하자소송으로 인해 보수가 중단되면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하자소송이 제기됐다는 건 건설사에게 하자를 받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소송 결과를 바탕으로 처리가 돼야 하는 상황에서 하자 처리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소송이 제기됐던 지난해 3월, 시공사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 '하자소송 접수에 따른 하자보수 서비스 중단 안내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하자소송이 제기됨에 따라 2023년 4월 19일부로 하자소송 참여 세대에 대한 하자보수 서비스가 불가피하게 중단됨을 알려드린다"며 "하자소송 참여 세대에 대한 하자보수 서비스가 중단되면 입주민분들의 더 많은 불편이 염려되는 바, 소송보다는 상호 간의 원만한 합의를 요청드리니 적극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소송에 참여한 가구가 사용하는 공용부에 대한 하자 역시 처리를 할 수 없는 곳에 포함됐다.

다만 현대건설은 도의적 차원에서 응급조치를 실시한 상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미장이 떨어진 것으로, 이에 대한 보수를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안전상의 이유로 조치는 해야겠다고 판단해 철거를 실시하고 비닐천을 씌워놓는 등 처리를 해 놓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입주자들은 둘로 쪼개진 모습이다. 해당 단지 커뮤니티에 올라온 입주자 의견을 살펴보면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주자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입주자들은 아파트가 점차 노후화되고 있어 길어지는 소송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 커뮤니티에는 이같은 양측의 입장이 함께 게시되고 있다.

이에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견을 듣기 위해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과 관리사무실에 의견을 요청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소송은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건 소송가액은 40~5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소송가액의 10% 정도가 위약금임을 고려할 때 해당 사건 위약금은 4~5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단순 계산으로 가구당 1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위약금 부담이 있기 때문에, 소송을 중간에 중단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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