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공의 선처 결정에도 의·정 갈등이 답보를 이어가고 있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3756명 중 출근한 전공의는 1090명(7.9%)에 머물렀다. 사직서를 제출한 레지던트도 누적 67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8일 수련병원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철회하고, 사직 전공의가 기존 수련 연차·과목으로 9월 수련에 재응시할 수 있도록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복귀 전공의에 대해선 수련 공백이 3개월을 초과해도 추가수련을 통해 제때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9월에는 전공의들이 복귀나 재응시를 통해 현장에 돌아올 수 있게 함으로써 의료진 과부하와 환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정부 발표에도 전공의들은 묵묵부답이다. 구심점이 없는 탓에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의사를 확인했을 때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가 많지만 강경한 일부의 의견이 대세처럼 굳어져 쉽게 결정을 못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공의 선처를 호소하던 의과대학 교수들은 정부 발표 이후 오히려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의대 교수 채용 철회, 의대 증원 철회, 의대생 휴학계 승인을 요구했다. 34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여기서 더 나아가 전공의 행정처분과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철회’가 아닌 ‘취소(무효화)’를 촉구했다. 또 이미 확정된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포함한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백지화를 요구했다. 정부가 양보할수록 상황이 개선되기보다는 더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료계의 구심점이자 정부와 1대 1 대화 창구로 구성한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도 ‘반쪽 특위’ 신세를 못 벗어나고 있다. 3차 회의까지 진행됐지만 전공의, 의대생들은 여전히 불참하고 있어서다. 3차 회의에선 전공의, 의대생들의 참관을 허용했으나, 실제 참관인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막말’로 물의를 빚은 임현택 의협 회장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의대생들이 공개적으로 임 회장을 비판한 데 더해 의협 내에서도 임 회장에 대한 반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이 공개적으로 임 회장을 비판한 바 있고, 서울대 의대·병원 토론회에선 ‘의협 해체’, ‘임 회장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