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논의..하반기에도 뜨거울 전망

입력 2009-06-2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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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상황과 정책 효과간 적절한 타이밍 찾기에 주력

세계적인 경기하강 속도가 점차 둔화되고 있고 그동안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시중에 공급된 유동 자금이 잠재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선제적인 정책 대응 차원의 이른바 '출구전략' 논의가 한창이다.

이는 금융위기로 촉발된 실물경기 침체의 회복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시중에 공급된 유동 자금이 원활하게 흘러 들어가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

실제로 시중의 막대한 돈이 실물 경제에 흡수되지 않고 주식과 부동산과 같은 일부 자산시장에 곧바로 흘러가면서 유동성만으로 자산가격이 오르는 부작용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국내 일부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이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증가 등의 몇몇 요인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하반기 최악의 고용난 우려 본격화에 따른 내수 위축 가능성과 기업들의 설비투자 위축,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에 따른 글로벌 경기 교역량 감소 등 '출구전략' 논의는 여전히 이르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고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내수 악화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민간소비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점과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섣부른 유동성 회수 전략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반기부터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여 고용사정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인 만큼 출구전략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시장의 이러한 활발한 '출구전략' 논의에 정부는 여전히 신중론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정부는 최근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과 관련해 경기 회복 기미가 감지되고 있지만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한국경제를 진단한 바 있다.

따라서 당장은 경기 회복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이나 한편으로는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선제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우회적이나마 '출구전략'을 시사하는 발언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될 때까지 당분간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견지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놓고 고려한다면 당분간 경기부양을 위해 푼 돈을 거둬들일 것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출구전략'과 관련된 경기회복 여부, 부동산 규제, 증세 등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분명한 답을 제시하기 보다 '속단하기 어렵다'는 식의 발언을 통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한편으로는 정부의 깊은 고민이 묻어나온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금융위기 여파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재정정책이 양적완화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이나 한국의 경우, 경기 흐름이 다른 국가에 비해 앞서가고 있는 모습과 고용여건 악화, 구조조정 등과 같은 경기의 하향 위험이 혼재해 있어 섣부른 '출구전략'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김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양정완화 정책을 여타 국가와 달리 적극적으로 실시하지는 않았지만 금융위기에 따른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유동성 공급이 과도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이를 원상태로 복원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올 하반기부터는 점차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 연구위원은 "아울러 미시적, 거시적 유동성 흡수 방식에 이르기까지 정확한 판단과 구체적인 '출구전략' 수립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경기 상황과 정책 효과간 정확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 방안과 관련한 내용을 잘 살펴보면 외견상으로는 재정확장 기조를 내걸고 경기에 여전히 초점을 두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출구 전략'을 준비해 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권 실장은 "그동안 수차례 지적했지만 경제 회복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유동성 인플레이션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라도 '출구전략'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경기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기반으로 적절한 타이밍에 실행에 나서야 출구전략은 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고민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출구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정책을 구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때 이른' 출구전략은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고 '뒤늦은' 대응은 정책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 당분간 시장과 정부의 출구전략 논의는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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