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부분 휴가를 한 번에 다 쓰기보다는 여름에 2주, 크리스마스에 2주를 가거나, 여름 2주, 가을 1주, 크리스마스 1주로 나눠 보낸다. 아베이루에 사는 한 지인은 이번에 친구 가족과 남부 휴양지 알가르브에 있는 독채를 빌려 일주일간 함께 보내기로 했단다. 가족당 1000유로씩 내는데 좀 비싸지만 수영장이 있는 집이라 좋다고 한다.
아이들의 친구 가족은 프랑스 니스로 여름휴가를 간다며 우리 가족의 휴가계획을 물어봐서 ‘아직 없어’ 하고 웃어 넘겼다. 브라질에서 이민 온 한 가족은 K드라마와 K팝을 좋아해서 한국을 여행하는 게 ‘버킷 리스트’라고 하길래 여름과 겨울은 피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을 해줬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여름휴가 때 일반적으로 알가르브의 리조트나 대서양의 섬 마데이라를 찾는다. 또는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스페인의 유명한 도시나 휴양지로 가서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여유가 좀 있다면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 장거리 여행도 떠난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소비자-전문가 매칭 플랫폼 ‘Fixando’의 설문조사에서 포르투갈인의 10명 중 6명이 여름휴가 때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는 지난해보다 17%포인트 낮은 수치다. 응답자의 31%는 국내 여행, 20%는 해외에서 휴가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으며 9%는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고향에 갈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40%는 “별다른 계획 없이 집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휴가 계획이 없는 사람들 중 46%는 ‘재정적 여유 부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휴가를 떠난다는 사람들도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국내여행을 기준으로 예상지출 규모는 600~900유로가 가장 많았는데, 응답자의 44%는 예산을 줄였다고 한 반면 42%는 그대로 유지했으며 14%만 휴가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가 하면 금융기관에 손을 벌려 휴가를 떠나려는 사람들을 위해 개인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신용대출 팁을 알려주는 금융 코디네이터의 칼럼까지 있는 걸 보고 웃음이 났다.
한국 같으면 ‘돈 없으니 가까운 계곡이나 다녀오자’할 텐데 빚을 내면서까지 휴가를 가야하나? 포르투갈인들의 휴가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다.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