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웨딩플레이션’만 잡아도 저출생 돌파구 될 것

입력 2024-07-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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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가 범정부 민원정보분석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웨딩업 관련 민원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제 권익위에 따르면 최근 2022년 355건, 2023년 366건이던 민원이 올해 들어 3월 현재 400건까지 치솟았다. 3개월 만에 이미 지난해 민원 건수를 넘어선 것이다.

결혼 준비 비용 상승은 예비부부를 압박하는 큰 부담이다. 미래를 꿈꾸며 행복해야 할 시간이 악몽으로 점철된 피해 사례가 수두룩하다. 정가를 2~3배 높여놓고 실제 판매 시에는 할인가격이라고 속여 판매한 예식장이 있다.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하자 위약금을 정가 기준으로 청구하는 편법을 썼다. 핵심 장비인 조명이 고장 난 채 정원에서 예식을 치렀지만 보상은커녕 사과도 없는 예식장도 있다. 사진촬영 끼워 팔기, 어린이 식사비 별도 청구 사례 등 수법도 다양하다.

우리나라 웨딩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결혼준비대행’(웨딩컨설팅) 업체,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도 문제가 많다. 잔금까지 다 받은 대행업체가 스드메 업체에 대금 지급을 하지 않은 채 파산할 경우 예약 이행은 중단된다. 재진행을 원하면 스드메 업체에 다시 비용을 내야 한다. 대행업체가 고의 부도를 내는 일도 있다. 스드메 간 하청 구조를 악용한 사기 범죄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 몫이다.

추가 비용 꼼수도 횡행한다. 웨딩드레스 피팅비, 메이크업 시간 외 비용, 스튜디오 헬퍼 교통비 등이 대표적이다. 청구액은 업체별로 들쭉날쭉하다. 가격표가 없는 곳도 수두룩하다.

예식장 수급이란 구조적 문제도 심각하다. 예식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라고 한다. 1년 전 예약이 기본일 정도다. 전국 예식장 수는 2019년 890곳에서 지난해 733곳으로 매년 줄고 있다.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 상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예식장 1곳당 평균 매출은 약 5억3000만 원으로 전년보다 23.8%(1억200만 원) 급증했다. 정상 영업에 의한 매출 상승이라면 반갑지만 공급 부족에 따른 웨딩 시장의 폭리라면 반가울 까닭이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잠정치)는 19만3673건으로 10년 전보다 40% 감소했다. 결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2022년 기준 20대의 32.7%, 30대의 33.7%, 40대의 23.8%가 ‘혼수비용·주거 마련 등 결혼자금이 부족해서’를 가장 많이 꼽았다. 결혼 1~5년 차의 과거 평균 결혼 비용(신혼집 제외)이 6300만 원이란 결혼정보업체 분석 결과도 있다. ‘웨딩플레이션’(결혼과 물가 상승의 합성어)이란 신조어가 근거 없이 나도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내년부터 결혼 관련 품목·서비스 가격 정보를 공개하고, 연말까지 가격표시제 도입 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방향은 잘 잡았지만 더딘 감이 있다. 결혼은 출산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룬다. 예비부부들을 괴롭히는 악덕 상혼을 몰아내지 않는다면 세계 최악의 합계출산율 반등은 어렵다. 당장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해 ‘결혼할 결심’을 뒤흔드는 횡포를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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