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사법 리스크’에 올라 탄 카카오…AI 시대, 기술·사업 비전 ‘위기’

입력 2024-07-17 15:23 수정 2024-07-1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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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침해에서부터 주식 먹튀 논란을 야기했던 카카오가 창업주 사법 리스크에 올라 탔다. 인공지능(AI) 시대 기술·사업적 비전을 내놓지 못한 카카오가 창업주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혐의에 발목을 잡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17일 ‘SM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카카오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전의 경쟁사였던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인 12만 원보다 높게 시세 조종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같은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 법인을 먼저 재판에 넘겼다.

주목되는 대목은 검찰 발(發) 카카오의 사법리스크가 더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임원들의 횡령·배임 의혹 등 총 네 건을 추가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김 위원장의 사법 리스크 파고를 넘어 경영 쇄신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하자 경영 일선에 복귀한 김 위원장은 카카오 쇄신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김 위원장은 가장 먼저 경영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된 ‘브라더 경영’에 종지부를 찍은 후 경영진 교체, 문어발식으로 확장한 계열사를 축소하며 고강도 경영 쇄신을 단행했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하면서 쇄신 작업은 물론 신사업 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창업자가 구속된다고 해서 카카오의 사업 방향이나 전략이 바뀔 일은 없겠지만 전체적인 사업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카오가 최근 문어발식으로 확장한 계열사 줄이기에 나서면서 계열사에서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카카오가 크래프톤에 카카오게임즈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크래프톤 측은 해명공시를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카카오가 계열사 축소를 통해 몸집을 줄여 나가고 있는 만큼 불안감이 고조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사법리스크 여파로 신사업 발굴이나 신규 투자가 올스톱됐던 카카오는 올해도 AI 사업 등 신사업 출시 일정이 미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하반기 생성형 AI 코GPT 2.0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사법리스크에 내홍까지 번지자 결국 출시를 연기했다. 출시가 반년 넘게 지연되자 카카오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공개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LLM 공개 대신 AI 서비스 출시로 눈을 돌렸다. 정신아 카오 대표는 지난달 AI 전담조직 카나나를 신설하고 연내 AI 서비스를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카카오가 4월 2억1220만 달러(약 2935억 원) 해외 EB(교환사채)를 발행해 이 중 1930억 원은 플랫폼과 AI, 콘텐츠 강화를 위한 M&A와 합작법인(JV) 설립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김 위원장의 사법리스크와 맞물려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쇄신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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