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E&S 합병 ‘결전의 날’ AA+ 신용등급 복귀할까…“배터리 업황이 관건”

입력 2024-07-17 17:17 수정 2024-07-1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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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K그룹)
(출처=SK그룹)

SK그룹의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사업재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SK그룹은 17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 비율과 조건 안을 결정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번 합병으로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에 당장은 긍정적인 면이 있겠지만, 배터리 업황의 부진으로 추가적인 신용도 상향 조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신용등급은 'AA, 안정적'으로 동일하다. 양사는 2021년 투자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기존 'AA+'에서 동시에 하향된 바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SK E&S의 신용등급을 'BBB-, 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은 지난 3월 기존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SK E&A는 액화천연가스(LNG) 판매가의 변동성이 커지고 전력판매가격(SMP)이 급등하면서 재무구조가 안정된 영향으로 작년 말 글로벌 신용도 전망이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지난해 매출과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2022년 대비 각각 44%, 76% 증가했다. S&P 글로벌은 SK E&S가 2025년까지 신용등급 유지 여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정해진 합병비율은 1대 1.2로 대주주인 SK는 SK이노베이션의 지분 36.22%, SK E&A 지분 90%를 갖고 있어 합병회사인 SK E&A의 지분율은 60%대가 된다. 양사는 이르면 11월 초에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고 통합 기업을 출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SK E&S의 자금을 끌어다 SK온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킨다는 계획이다.

신호용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EBITDA를 웃도는 투자를 지속하며 차입금 규모가 최근 들어서 크게 늘고 있다"며 "특히 2022년 이후로는 이익 창출력이 둔화하고 있어서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매우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합병이 완료되면 매출 규모 90조 원, 자산 총액이 106조 원에 달하는 국내 초대형 에너지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SK그룹은 과거 저금리 시기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메자닌 발행 등을 활용해 지분 투자 자금으로 활용해왔다. 다만 여러모로 자금을 조달해 투자 자금에 대응했음에도 이익창출력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번 합병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의 재무도 개선에는 일견 긍정적이라면서도, 배터리 수요 둔화의 뚜렷한 반등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큰 흐름을 바꾸긴 어렵다는 우려를 보였다.

국내 한 신용평가사 A 실장은 "결국 배터리 본원의 사업이 잘돼야 합병 이후에도 재무구조가 안정될 수 있다. 배터리가 워낙 돈이 크게 들어가는 사업인데, 최근 배터리 시황이 너무 안 좋았던 걸 극복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SK E&S의 사업이 워낙 안정적이고 현금 창출력이 좋아서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에 긍정적 측면은 분명히 있지만, 등급 조정 수준까지는 안 본다. 양사의 신용등급이 같은 상황이라 즉각적인 신용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B 실장은 "SK이노베이션의 사업기반이 정유에만 한정되어 있다가 SK E&A의 LNG 사업 기반이 넓어지는 것은 사업경쟁력에 있어서 긍정적이지만, 합병 이후에도 배터리 업황의 부진이 지속된다면 마이너스 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배터리 업황이 부진한 현재 상황에서는 합병 이후에도 단기간 내 SK이노베이션의 캐시플로우(현금흐름)에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유상증자, 자회사 SK온의 프리IPO 차입 등으로 약 8조 원의 자기자본을 확충했지만, 대규모 배터리 사업 투자금과 불어나는 이자 비용을 견뎌내진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의 연결 순차입금은 2022년 말 16조2000억 원에서 작년 말 17조1000억 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는 리스 부채까지 포함해 약 20조 원대로 파악된다.

SK E&A가 보유 중인 대규모 투자 부채가 넘어오는 점도 부담이다. SK E&A는 발전, LNG 등 기존 주력 사업 관련 투자 이외에도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등의 신규 사업 확장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자금 지출이 발생했다. SK E&A의 연결 순차입금은 2021년 이후 3년째 4조 원을 웃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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