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가족] 헌재‧대법원도 변화에 맞춰 ‘가족법’ 판례 바꾼다

입력 2024-07-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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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헌법재판소의 흥미로운 결정이 있었다. 형법은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라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재산 범죄의 경우 대부분 가해자와 피해자가 일정한 친족 관계라면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제도를 둔 이유는 가정 내부의 문제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고려와 함께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인해 깨지는 것을 막는 데 있었다.

하지만 친족상도례로 인해 이해하기 어려운 사례도 많았다. 지적 장애가 있는 조카의 돈을 횡령한 삼촌을 처벌하지 못한다거나, 자식이 치매 걸린 부모의 돈을 횡령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는 등. 친족상도례는 위헌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고, 결국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앞서 헌재는 유류분이 제도에 대한 위헌 결정을 하기도 했다. 유류분 제도는 공동상속인 사이의 공평한 이익이 피상속인의 증여나 유증으로 인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거래의 안전과 가족생활의 안정‧상속재산의 공정한 분배라는 대립되는 이익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간 유류분 제도의 위헌성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 이번에 헌재는 형제자매에게도 유류분을 인정한 민법 규정은 위헌이라고 봤고, 유류분 상실 사유를 규정하지 않은 것과 기여분을 인정할 수 있는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가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 살아있는 배우자에게 상속권과 재산분할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규정이 위헌인지에 관한 판단도 있었다. 헌재는 이 경우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과 재산분할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합헌이라고 결론 내렸다.

민법은 상속 개시 후 인지를 통해 공동상속인이 된 자가 다른 공동상속인에 상속회복 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10년 안에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민법 규정에 따르면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10년 이후에 인지돼 공동상속인이 된 사람은, 원천적으로 상속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된다. 헌재는 이러한 민법 규정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헌재의 결정은 모두 올해 나온 것이다. 유류분에 관한 사건,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 및 재산분할 청구권에 관한 사건은 필자가 직접 관여한 사건이기도 하다. 이 사건들이 헌재에 접수된 건 몇 년 전인데, 올 상반기에 중요한 결정들이 쏟아지고 있다.

헌재뿐 아니라 대법원에서도 의미 있고 중요한 가족법 관련 판례가 여럿 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 판결을 보면,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어느 일방이 과거에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면서 생긴 비용을 상대방에게 청구할 경우 자녀가 성인이 되고 10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있다.

또 동성 동반자에 대해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판결도 있었다.

필자가 10년 넘게 가족법 관련 사건을 맡아왔지만, 올해처럼 가족관 관련 주요 판결이 쏟아진 적은 없었다.

이는 미혼, 딩크족(맞벌이 무자녀 가정), 1인 가구 등이 증가하면서 가족에 대한 생각도 변화하고, 이에 기존 제도와 법리를 계속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헌재, 대법원의 의미 있는 판결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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