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13년 무주택자' 금융수장에 바라는 기대

입력 2024-07-22 06:00 수정 2024-07-22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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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급제'는 아무나 하나요. 워낙 똑똑한 분으로 정평이 나 있어서 기대가 큽니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 차기 위원장에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내정됐다는 소식에 금융위 관계자가 내놓은 반응이다. 실제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엘리트 공직자가 집결한 기재부에서도 ‘에이스’로 통할 정도로 그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사실 금융위원장까지 오른 인물 중 능력 면에서 그에 떨어지는 인물이 있을까 싶지만 유독 김 후보자의 경우 이력에 기반한 기대감이 크다. 위기 때마다 활약해 그의 활약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원(현 기재부)에서 공직을 시작한 김 후보자는 사무관 시절 8년 중 4년을 금융정책국에서 근무했는데 당시 금융정책국은 외환위기 이후 위기 대응의 최전선에 있던 곳이다. 김 후보자는 그 안에서도 STX그룹, 현대그룹, 동부그룹 등 대기업 구조조정에 직접 관여하며 최전방에서 활약했다. 또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대응을 총괄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혁신성장추진단장을 맡기도 했다.

현재 우리 경제는 가계부채발(發) 경제 위기론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위기 해결사'로 정평이 난 김 후보자의 활약이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그간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와 관련해 다소 안일한 대응에 나서왔던 것이 사실이다. 가계대출과 관련해 우려가 제기되자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실무자들까지 "가계대출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인식이 이렇다 보니 정책에서도 '삐끗'할 수 밖에 없었다. 당초 이달로 예정됐던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적용 시점을 갑작스럽게 2개월 연기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에 불을 붙였다. 그 이전에 내놓았던 각종 정책자금 대출 정책들은 말할 것도 없다.

김주현 위원장을 필두로 금융위는 가계대출 관리에 전사적인 노력을 펼쳐왔던 사실을 폄하할 수는 없다. 다만 수치로 나타나는 결과가 암담한 상황임은 부인할 수 없다. 김 후보자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인식한 듯 후보자 지명 직후 가계부채 관리를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 역시 금융위원장 지명 직후 "가계대출은 최근 좀 늘어나고 있지만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년 정도 떨어져 왔고 올해도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선 금융위 관계자들의 안일한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김 후보자의 부동산 투자 이력(?)이 공직자로서의 이력만큼 흥미롭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2000년 경기 군포시 산본동의 아파트를 샀다가 2004년 매도했고, 영국 유학 시절이던 2005년 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아파트를 샀다가 2011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로는 본인 명의의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채 10여 년째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 과정에 이뤄진 두 차례 부동산 취득과 매각 당시 가액을 확인할 수 없다고 국회 정무위에 답했다.

집 한채를 마련하기 위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으로 투자)'까지 나서며 단 돈 몇 천 만 원 마련을 위해 은행을 수 차례 오가는 서민들로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답변이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관(官)에는 입(口)이 2개가 들어간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시장 안정을 위한 관 입장에서의 대외적인 '말'과 실질적인 대응을 위한 대내적인 '말'이 다를 수 있다는 입장을 설명하는 발언이었다. 과거 몇 가지 발언이나 행적으로 섣불리 차기 금융당국 수장을 평가할 생각은 없다. 다만 현 상황이 위중한 만큼 금융위원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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